[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대전은 흔히 ‘선비의 도시’라 불린다. 잔잔하고 여유로운 충청도 성향 때문이다.
여기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을 법한 카페가 있다.
대전 동구 소제동에 위치한 ‘풍뉴가’다.
카페에 들어서면, 빼곡하게 심어진 울창한 대나무들이 반겨준다.
머리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5~6m의 나무들이 살짝 부는 바람에 ‘솨솨사사’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이 대나무들은 과거 이곳에 살던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한 아내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마당에 한두 그루씩 심은 것이라고 한다.
수년의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의 사랑은 마침내 울창한 대나무 숲이 됐다.
우거진 대나무가 내뿜는 신비로운 기운에 마치 판타지 사극 속에 있는 듯하다.
특히, 대나무를 비추는 거울들이 여러 곳에 비치돼 있어, 실제 대나무의 수를 예측하기 어려워 그 분위기에 압도되는 기분마저 든다.
내부로 들어서면, 심녹색과 은색 그리고 주황빛의 조화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쪽 벽면엔 큰 통 창을 내어 안에서도 대나무 숲이 보인다.
긴 테이블이 있어 숲 속에 있는 ‘바(bar)’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특히, 테이블 높이가 각각 다른데 어느 좌석에서든 대나무가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공간의 핵심은 사이니지다. 사이니지란 누군가에게 특정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구조물을 뜻한다.
카운터 뒤 대형 사이니지엔 세 개의 이미지가 스치는 소리와 함께 변모하는데, 소리가 들리는 한 편의 그림같다.
메뉴로는 차와 과일향을 혼합한 블랜딩 티와 칵테일 만이 준비돼 있다. 커피는 없다.
다소 어려운 차 종류를 계절 이름과 과일 이름을 붙여,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풍뉴가는 ‘바람(風)이 흐르는(風) 집(家)’과 새로운 ‘뉴(NEW)’ 풍류를 느끼는 집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풍류란 ‘멋스럽고 풍치가 있는 일 또는 그렇게 노는일’이란 뜻이다.
‘풍뉴(NEW)가’는 기존의 풍류에 멋·자연·음악·예술을 더해 요즘 시대에 걸맞는 풍류를 느낄 수 있다.
계절을 담은 차, 음악, 사이니지에서 들리는 대나무소리, 잔잔한 조명 등 모든 것이 ‘풍류’ 세계관에 맞춰 돌아간다.
밖이 고단하고 바쁜 현실이라면, 카페 ‘풍뉴가’만큼은 자유롭고 환상적이며 마치 옛 시대에 들어온 듯한 가상세계의 느낌을 준다.
이 곳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공간이지만, 실재하는 세계다.
우리는 푸른 대나무 숲을 바라보고 차를 음미하며 안락함을 만끽할 수 있다.
카페 ‘풍뉴가’는 여유롭고 잔잔한 ‘대전다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판타지가 궁금하다면, 소제동 카페 ‘풍뉴가’를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