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카페는 문화다. 예전의 사랑방같은 존재로 수다를 떨면서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 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단지 식음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다. 카페마다 주인장의 취향이 드러나 분위기도 제각각이어서 카페투어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쎄시 마몽드’도 그 중 하나다.
쎄시마몽드(Sassy Ma monde)는 Sassy '대담한, 멋진'이라는 영어단어와 Ma monde '나의 세계'라는 불어의 합성어다.
'나의 멋진 세계'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상·의자부터 바닥·벽면의 소품까지 이색적인 세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노르스름한 불빛과 함께 풍기는 향냄새가 고객을 맞는다.
뒤이어 보이는 푸릇한 식물들, 주황색 빈티지 풍의 가구들.
벽면엔 주황색 테이프로 찢어진 잡지가 붙어 있고, 바닥엔 줄지어 있는 와인병과 금붕어가 사는 수조 등으로 공간이 가득 메워있다.
잠깐, 영화 '중경삼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대략 15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눈을 뗄 수가 없다.
따로 보면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소품들을 한곳에 모아두니, 원래 한 곳에 있던 물건인 양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오모 대표가 여행하며 하나하나 모은 것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온 제각기 물건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공간 안에 함께 어우러져 있다.
한 곳에는 마구잡이로 올려둔 듯 책들이 쌓여있다. 마치 편하게 집에 둔 듯해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보게 된다.
그 옆, 무성의하게 찢어진 종이 위 투박하게 쓴 오 대표와 손님의 글도 보인다.
여기에다 잔잔한 풍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와 드라마 OST가 잔잔하게 카페를 감싼다.
대표 음료는 토마토바질소다, 쑥대밭, 엑설런트라떼 등도 인기다.
오 대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치유할 수 있는 곳을 꿈꿨다"며 "그래서 카페 소개 글도 약국이라고 해뒀다"고 밝혔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물품을 가져올 때 유행하는 건 최대한 기피하려고 한다"며 "유행은 불안정한 느낌이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옛 물건들을 선호한다"며 "이것들 모두 여행하며 데리고 왔거나, 서울 풍물시장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처음 카페를 창업할 때 동·서양, 불교·기독교 등의 '조화'를 공간에서 나타내보려고 했다"면서 카페에 있는 불상과 기독교 소품 그리고 서양화와 동양화 등의 존재에 대해 설명했다.
오 대표는 "앞으로도 자신의 성향처럼 잔잔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옅은 웃음을 보였다.
이곳은 오 대표의 세계이자 전시장이고 박물관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공간을 향유하다 보면, 그 포근함에 안락함에 젖어 선뜻 자리를 뜨기가 쉽지 않다.
대전에서 쎄시한(Sassy는 '멋진'이라는 뜻)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유성구 카페 '쎄시마몽드'를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