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 빼려니 없는 번호라네요"
2. 1인 가구도, 청년도 많은 대전은?
3. 대전시, 정부 정책 공백 어떻게 메우나?
대전 서구 일대를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대전도 더 이상 전세사기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청년도, 1인 가구도 어떤 지자체보다 많은 대전의 지금 상황과 전세사기 지원을 위해 시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이마저도 메꾸지 못한 전세사기 지원 정책의 공백까지 살펴봤다.<편집자 주>
"통화가 불가능하거나 발신이 금지된 고객입니다."
김예린(가명) 씨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기 전까지 SNS에서만 보던 '전세사기'가 자신의 일이 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
25살에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예린 씨는 전세자금을 모두 부담할 만큼의 목돈은 없었기에 중소기업청년대출을 통해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다.
예린 씨는 며칠 간 부동산을 찾아다니다 지난 2021년 8월, 서구 괴정동 A 빌라에 입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주인 얼굴을 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부동산 업주는 "집주인이 중국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분이다. 이곳 말고도 대전에 건물을 여러 개 가지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로 예린 씨를 안심시켰다.
직장을 다니면서 집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예린 씨는 그 말에 긴장을 풀고 전세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다.
여기서 예린씨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수중에 목돈이 없었던 예린씨는 소위 말하는 '업 계약서'를 작성한 것.
중소기업청년대출은 전세금의 80%까지 대출금이 나오지 않았기에 1억 짜리 집을 1억 2000만 원으로 계약하면 계약금의 80%인 9600만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린씨는 400만 원 만으로도 해당 빌라에 입주하게 된다.
A빌라에서 지내던 중 예린 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건 지난 2월이었다.
대전도 전세사기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보니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와 집주인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던 것.
불안한 마음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 너머로 들리는 음성은 "해당 전화는 통화가 불가능한 고객"이라는 딱딱한 메시지만 돌아왔다. 부동산 중개인에게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그 역시 "돈을 못 받을 수 있으니 일단은 그 집에 더 사는 게 어떠냐"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
예린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세사기피해'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단톡방에 있는 피해자는 총 1300여 명이였고 그 곳에서 같은 건물에 입주하는 김모씨를 만났다고 한다.
예린 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 전세 기간이 이미 만료됐고, 다른 전셋집에 입주를 위해 계약금까지 걸어 놓은 상태였지만 선 순위가 2순위임에도 현 거주지의 집주인의 연락이 닿질 않으면서 계약금까지 모두 날려버렸다고 했다.
예린씨는 "시간을 되돌려 지금 전세를 계약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개인회생을 알아보고 있지만 1억을 내가 다 갚아야 한다는게 믿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22일 전세사기 특별법은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과 '1.2~2.1% 저리 대출을 지원'이라는 내용에 그치면서 결국 전세사기 피해금을 임차인이 모두 갚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