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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바넘 효과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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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6 16: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충청신문=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가끔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가 있다. 
 
최근 인기 기사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오늘의 운세’다. 오늘의 61년생 소띠 운세는 ‘힘든 일이 지나고 좋은 일이 생긴다’라고 씌어 있다. 
 
좋은 일이 생길지 안 생길지는 완전히 믿기에도 의심이 들긴 하나 좋은 말이니 무조건 기분 좋은 하루를 맞는다. 물론 재미로 보는 거지만 요 대목에서 운세가 안 좋다고 적혀 있으면 종일 찝찝해하거나 무시해 버렸을 것이다. 
 
과학의 첨단시대에 살면서 이토록 운세 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기도 한다. 지난겨울, 지인과 함께 철학관 당 사주보는 곳을 찾았던 일이 동기가 된 것 같다. 
 
우리 또래들은 자신의 사주가 궁금하여 아마 한 번쯤은 이런 곳에 가보지 않았나 싶다. 둘이서 자리에 앉자마자 “이제서 뭐가 궁금해서 왔어?” 대뜸 우리에게 물어보는 그가 점술가라기보단 카리스마 풍기는 거침없는 말투에 긴장이 되면서 쑥스럽고 창피했다.
 
“그냥 그래도 앞날이 궁금해서요” 라고 간신히 대답을 하니 생년월일과 시와 이름을 알려달라고 한다. 남자는 당 사주라는 역학서를 넘기면서 계속 말하기를 자신은 잘 모르고 이 책에 쓰여 있는 대로 그림이 나오는 대로 자신이 배운 대로 일러주는 것이라고 했다. 
 
결혼과 함께 지금까지 나의 삶을 낱낱이 읊어대는데 사실인 듯 아닌듯하면서도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의 사주를 특이하게 그림과 도식(圖式)으로 설명해주었다. 
 
그가 설명할 때는 얼추 들어맞는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같이 간 지인은 늘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그리 신통치 않은 표정이었다. 
 
육십이 넘으면서 내 사주는 분명 밝아 올 거라는 그의 말을 무조건 믿으며 기분 좋게 철학관을 나왔다. 사실 육십이 넘은 나이면 욕심과 미움 같은 것은 녹아버리고 넉넉함과 느긋함 연민과 고마움이 밀고 들어오는 나이가 아닌가. 그리하여 주변의 환경과 상관없이 마음의 여유가 생김은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일인데 나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바로 바넘 효과다.
 
바넘 효과는 19세기 말 곡예단에서 사람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내는 일을 하던 ‘바넘’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효과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자신의 성격인 양 묘사되면 이를 자기 혼자만의 특성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보편적으로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들 수 있는데 A형은 원리원칙주의자이자 내성적이며 소심한 편이지만 한번 믿음 주면 끝까지 믿으며 책임감이 강한 편이고, B형은 정이 많지만 쓸데없는 참견을 많이 하는 편이고, O형은 자존심이 무척 세고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서글서글한 스타일, AB형은 싫증을 잘 내고 변덕이 심하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이며 비밀이 많은 편이라는 등의 속설을 실제로 맞다고 믿어 버리는 현상이다. 
 
어떤 학자는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 학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심리학자와 의사들은 혈액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 또한 혈액형대로 성격이 실제 나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믿고 있고 남의 성격도 혈액형과 비교해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기도 한다. 
 
아주 가끔 특이한 사람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도 혈액형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의 성격과 혈액형이 맞을 때면 어쩐지 하면서 그 사람을 판단해버린다.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다. 사주, 토정비결, 타로 카드로 아무런 정보 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을 ‘콜드리딩’ 효과라고 하는데 얼핏 들으면 내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토정비결을 보든 당 사주를 보든 아니면 타로점을 보든 뭐 딱 부러지게 맞는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데도 신기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무시할 수 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신에 빠지기도 하고 귀를 솔깃하게 세우고 맹신하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거나 당 사주를 보면서 나의 점괘가 맞든 틀리든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평정을 찾음과 동시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가졌던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나의 미래가 좋지 않은 일로 예견했다면 그것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찾지 않았나 싶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혈액형이 성격과 맞다는 생각과 수많은 고정관념을 머릿속에 저장해 놓은 것 같다.
 
이런 고정관념도 바넘 효과로 인하여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잠시라도 기분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음이 기쁘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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