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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그날 이후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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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2.12 13: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다음 주 부터는 다시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다. 요즘은 일기예보를 챙겨서 듣게 된다. 추운 것을 싫어해 따뜻했으면 하면서도 추워야 내년 농사가 잘 된다고 하니 따뜻함을 바랄 수만은 없다. 그래서 포근한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할 것 같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어르신들의 낙상 주의나 관절, 심혈관질환에 대한 방송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남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얼마 전 크게 넘어지면서 경각심이 생긴다.

큰아이가 가수 조용필 콘서트 티켓을 보내왔다. 4년 전 코로나19 발생 전에 공연을 보았는데 그때는 가족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혼자 보러 갔었다. 나는 흥이 넘치는 사람도 아니라 혼자 콘서트를 보는 것이 쑥스러웠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큰아이가 같이 가겠다며 조용필 노래를 예습까지 했단다. 그 마음 씀씀이가 예뻐 서울로 향했다.

모처럼 가는 서울 나들이라 이것저것 챙기니 버스시간이 빠듯해서 서둘러 터미널로 향했다. 양손에 짐을 들고 급히 가다가 스텝이 꼬여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버스를 타려고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서 넘어 진 것이라 아픈 것 보다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일어나 보려고 했지만 일어나지지 않았다. 내 옆에서 터미널 청소를 하는 분인지 걸레를 빨고 있던 중년의 여성이 있었다. 쳐다보기 만 하고 선뜻 일어서지 않았다. 그런데 멀리 있던 학생 2명이 뛰어오더니 괜찮으냐고 하면서 쏟아진 짐을 챙겨주고 일으켜 주었다. 고맙다는 말만 겨우 하고 매표소로 들어가 잠시 한숨 돌리고 학생들을 찾으니 벌써 버스를 타고 떠난 후였다. 병원을 먼저 들려야 할 것 같은데 서울에서 아무것도 모르도 기다리고 있을 큰아이 생각에 서울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살펴보니 손에서는 피가 나고 바지는 찢어지기 일보직전이고 머리까지 울리는 것이 조금은 겁이 났다.

우리가 요즘아이들… 요즘아이들 하지만 착하고 예쁘게 사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넘어졌을 당시 버스를 타려고 앉아 있던 사람들, 걸레를 빨고 있던 아주머니도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런데 뛰어와 도와주었던 학생들을 생각하니 아픈 중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개념이 없다’ 라는 부정적인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 중에는 요즘 것들. 이라는 비하적인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세대 간의 갈등도 깊어지는 것 같다.

신·구 세대는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고, 기성세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은 새로운 변화를 쫒아가기에 충돌을 한다. 그런데 결국 그 젊은이들도 내가 그랬듯 기성세대가 된다. 그러니 세대 간의 갈등은 되풀이 되고,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올 수밖에 없다.

나는 이번 경험으로 젊은이들을 향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고 젊은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읍으로 강의를 가는데 기차에서 내리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출구로 간다. 그때도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급히 걸어오는 사람을 위해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사람은 젊은이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기는 우리아이들 만 봐도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는 기본이고 나와는 다르게 옷도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한다. 명품대신 프라이탁이라는 가방을 애용한다. 머리도 길러 소아암환자를 위해 기증하고 생수병도 환경오염이라고 수돗물을 걸러 마시고 린스대신 식초를 쓰고 있다. 기성세대인 우리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대책 없이 넘어진 일이 사고이고 나이를 먹으니 이런 일이 큰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운동신경이 둔해지니 미쳐 대처 할 새도 없고 손목은 아직 불편하다. 어디 육체만 그러겠는가. 마음도 젊을 때 보다 쉬 상처 받고 좌절한다. 이래저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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