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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인(人)꽃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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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29 15: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어제는 친정엄마 기일이었다. 7남매 모두가 모여 수십 번도 되풀이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이야기처럼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 그러던 차에 큰언니 핸드폰이 울렸다. 같이 사는 손자 녀석이 할머니 잘 도착 했느냐는 전화였다. 그 후로 분위기는 전환되어 각자의 핸드폰에서 손자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이 시작되었다. 큰언니, 작은언니, 셋째언니 모두 언제 눈시울을 붉히던 사람이었나 싶게 얼굴이 환해졌다. 저래서 손자 자랑을 하려면 돈 내고 하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얼마 전까지 모임에서 손자 자랑하려면 만원을 내고 하라고 했는데 기꺼이 다들 만원을 내고 손자자랑을 한단다. 그래서 요즘은 십 만원으로 올랐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넷째언니의 손자가 이제 막 두 돌을 지났다. 조카가 육아휴직을 하고 넷째언니네 집에서 1년을 살았다. 자주 가다보니 정이 들어 유난히 그 손자가 예쁘다. “내가 누구야?” 하고 물으면 발음도 잘 안 되는 입으로 “이모할머니” 하고 대답한다. “영어 좀 해봐?” 하면 어설픈 발음으로 “이이 캔 두 잇, 난 할 수 있어” 할 때면 광대 승천이 저절로 되면서 복잡한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그래서 아이가 군산에 온다고 하면 아무리 바빠도 내려가서 아이를 보고 온다.

이런 나를 위해 조카가 키즈노트(kidsnete)웹을 핸드폰에 깔아주었다. 저녁때가 되면 딩동하고 ‘박승빈의 알림장이 도착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핸드폰으로 손자 사진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요즈음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는 키즈노트(kidsnete)라는 웹을 통해 부모들께 소식을 전한다. 손으로 써서 아이 가방에 넣어주었던 알림장은 고전이 되었다. 핸드폰에 키즈노트 웹을 깔면 아이의 하루 활동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고 아울러 아이의 하루 심리상태, 수업내용, 밥 먹는 양, 잠자는 시간 등을 상세히 적어 보내는 것이다. 사진만 봐도 입 꼬리가 올라가고 가끔 동영상이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에고 예뻐라, 에고 예뻐라’ 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래서 옛 어르신들이 꽃 중에서 제일 예쁜 꽃이 인꽃(어린아이)이라 했는가 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행복한 아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 몇 년 사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아동학대 사건들이 눈길을 끌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아이를 영양실조로 죽게 한 부모도 있었고, 태어난 지 84일 된 아이는 부모의 구타로 인해 두개골이 함몰되고 곳곳의 뼈가 부러져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작년 12월 광주에서 엄마가 담뱃불을 이불에 껴 화재가 나서 세 명의 아이가 타 죽은 사건도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어린 부모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또래 집단 등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기에 당연히 정신적으로도 피폐하였다고 하지만 부모로서 아이를 학대한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들만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고 그들이 겪었을 취약한 환경 탓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도와 아이들이 제대로 커 나가게 하는 것은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다.

통계로 보는 아동학대도 충격이다. 최근 10년 간 아동학대의 사례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학대 행위자는 친부모가 가장 많았다. 2016년 학대로 죽는 아이들의 86%가 부모에 의해서였다고 하니 더욱 마음이 무겁다. 아동학대의 문제를 여기서 다 거론하고 해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나만은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주위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특히 ‘어린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절대 무심히 넘기지 말 것’, 이것 하나만이라도 우리가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세심한 관심이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아이의 해 맑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면 우리 사회는 그 미소만큼 환해지리라.

딩동~. 알림이 울린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날 기쁘게 해 줄지 얼른 핸드폰을 열어봐야겠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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