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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심한 국회 탓에 물 건너 간 ‘6월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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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23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이래도 되나. 포털 댓글 조작, 이른바 ‘드루킹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물 건너 가 버렸다. 국회 파행 장기화로 개헌 논의는 아예 실종됐고,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 필요한 국민투표법 개정은 무산됐다.

지역민의 요구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하라는 것이었다. 권력구조 개편 문제로 어렵다면 지방분권 개헌이라도 우선적으로 해서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다. 그럼에도 여야는 헌신짝 버리듯이 국민의 요구를 차버렸다. 이러고도 ‘민의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재외투표인 신고·신청 기간을 단축하면 개정 시한을 27일까지 늘리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마당이니 그조차 기대하기 쉽지 않다.

국민투표를 치르려면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국민투표법이 23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기대를 걸었지만 여야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주 신고가 된 사람의 투표권만 인정한 국민투표법 14조 1항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개정하라고 주문한 게 2014년 7월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 3년 8개월이 넘도록, 또 문제 조항의 효력을 잃은 지 2년 4개월이 넘도록 국회는 법안 심의를 미뤄왔다. 심각성을 인지한 청와대가 “국회가 조속히 위반상황을 해소해 달라”고 누차 촉구해 왔지만, 여야가 ‘권력 다툼’과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팔려 외면해 왔으니 ‘탄핵 감 직무유기’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개헌안과 달리 국민투표법은 논란거리도 없다. 그럼에도 헌재가 요구한 법 개정을 미루는 건 국회의 존재 의미의 부인과 다름없다. 국회의 헌법적 책무와 정치공학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저급한 인식 탓이다.

댓글 공작 의혹 등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은 당연히 필요하다. 야당이 특검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지나치다.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국회는 제 할 일을 해야 옳다. 특검을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일단 국회를 열어 국회 안에서 논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댓글 공작 의혹 문제가 중하다고 해도 그것이 국회 파행과 그에 따른 개헌 무산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한국당이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한국당은 툭하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해왔다. 아무리 정부 여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이래서야 비판의 정당성만 오히려 훼손될 뿐이다.

국민의 뜻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진짜 문제는 동시투표가 무산되면 연말 개헌도 난망하다는 점이다.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를 이대로 지나친다면 2020년 총선 시기에나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개헌 적기가 19대 대선이라더니, 민선 7기 지방선거로 늦추고는 또 파행만 거듭하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댓글 공작 의혹도 개헌 논의 지연의 구실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리 국회의 파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워낙 만성화된 터라 신물이 날 정도다. 국민의 지탄과 원성이 아무리 높아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하기야 제 역할을 안 해도 자리가 보장되니 그럴 만하다. 국민소환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회의원 수와 임기를 축소하고, 최소시급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한심한 정쟁만 일삼다 국민의 뜻인 개헌을 외면한다면 국민이 이번에는 국회를 상대로 촛불을 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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