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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영업과 최저임금에 대한 단상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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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30 17: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새해가 시작되면서 각 언론들이 앞 다퉈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우려 섞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분식점 등 영세한 식당을 방문해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음식 값을 올리게 됐다고 정중히 이해를 구하는 문구가 적잖이 눈에 띈다. 역대 최고 높은 비율로 최저임금이 인상됐으니 영세 장여업자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주위에 자영업을 운영하는 친구나 친지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몹시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몹시 안타깝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큰 틀에서 경제 및 사회현상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임금이 올랐으니 물가가 오른다는 단순 논리로 여론을 몰고 가는 언론들의 보도행태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보장받아야 할 말 그대로 최소한의 임금 체계이다. 언론보도 내용을 차근히 읽다보면 영세 자영업자가 고용하는 모든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영세업자들은 경영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단순논리이다.

비전문가이지만 내 눈으로 비쳐지는 자영업 시장은 기본적으로 과다경쟁에서 문제점이 출발한다. 지금껏 다녀본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한국 사회는 자영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구수나 소비 규모에 비해 너무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의 폐해는 그 첫째가 높은 임대료이다. 경쟁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다보니 점포 임대료가 치솟는다. 상가를 계속 늘려도 임대수요는 이어진다. 사실상 자영업자들을 가장 심하게 옥죄는 지출은 임대료이다.

임금이 너무 박해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보니 노동자의 삶을 포기하고 대책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폐점하면 그 자리에 또 개점하기를 반복하며 점포는 계속 늘어만 간다. 자영업 수가 늘어나니 임대료는 계속 상승한다. 보증금 잠식을 막기 위해 정해진 임대료를 꼬박 납부하다보니 자영업자들은 임금 지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라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영업자 수는 지금보다 대폭 줄어야 한다. 그들 중 상당수가 임금 노동자로 옮겨 타야 한다. 자영업자가 줄면 당연히 임대료는 하락할 것이고 나아가 경쟁도 완화돼 각 점포의 매출도 상승할 것이다. 자영업자 수가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면 안정된 고용 창출이 이루어지고 노임도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불로소득인 점포 임대료만 높아 건물주만 배가 부른 구조이다. 노동임금은 바닥인 가운데 불로소득은 안정된 구조를 보이는 불평등이 가득하다.

그래서 최저임금제 인상에 대해 근시안적으로 경제와 사회를 관찰하는 일은 성급하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침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노동임금이 너무 박하다보니 노동시장으로 유입돼야 할 인력들이 저마다 소자본을 가지고 영세 자영업에 뛰어드는 지금의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저임금 받는 것보다야 낫겠지’ 싶은 마음에 자영업에 뛰어들어보지만 경쟁은 치열하고 임대료는 치솟으니 견뎌낼 대책이 없다. 이런 모순된 구조에 대한 포괄적 관찰 없이 최저임금 인상만 탓하는 언론 보도 행태가 안타깝다.

노임을 받아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경제구조가 정착되면 무모하게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대폭 줄어든다. 그러면서 과다한 경쟁은 사라지고 수익구조도 개선된다. 물론 과다경쟁이 사라지면 임대료도 안정을 찾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근로소득이 불로소득을 앞지르는 바람직한 경제구조가 짜진다. 최저임금은 앞으로 지속 상승해야 한다. 인간적 삶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저임금에 기대 근근이 버텨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영업자가 계속 양산되는 현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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