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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아니 여기는 침을 왜 이렇게 적게 놔요?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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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05 17: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쉼 한의원 원장

제가 쓰는 침법은 '사암침법(舍庵鍼法)' 입니다. 그래서 주로 중한 병증이 있을수록 침 개수를 제한합니다. 주로 1개에서 4개, 많으면 8개 정도 놓을 때도 있습니다.

침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침을 씁니다. 보통의 침은 호침이라고 해서 얇고 통증이 덜한 침을 사용합니다. 저는 0.5mm 정도의 아주 두꺼운 침을 씁니다. 침이 두껍다고 해서 더 아프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침이 들어갈 때의 느낌이 다를 뿐 통증의 모양이 다르지 더 아프진 않습니다.

물론 손끝이나 발끝 살이 없는 부분은 좀 아프긴 하지요.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중한 병증이 있을 때에만 그 침을 사용하고 침 개수를 제한합니다. 왜냐하면 침의 종류와 침 개수 등에 의해서 침 치료의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지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다는 말이 있지요? 호미로 막을 것은 호미로 막아야 하겠죠. 파리 잡는데에 식칼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침을 적게 놓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많이 놓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병증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리고 한의사의 재량에 의해서도 달라집니다. 임의용지 해야 된다는 말이지요.

그 기준을 '황제내경'의 '영추'라는 책에서 정해놓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경락의 허실을 크게 바로 잡고자 할 때에는 팔꿈치 이하, 무릎 이하의 오수혈이라는 혈에 상대적으로 적은 개수의 침을 자침합니다. 그와 반대로 큰 문제 없이 국소적인 이상 소견이 보일 때, 근육통이나 단순한 건, 인대의 문제 등이 있을 때 등은 상대적으로 자극이 약한 침으로 여러 군데 자침합니다. 대강 이렇게 이해하셔도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주로 사암침법을 쓰기는 합니다만 자극이 약한 침으로 여러 군데 자침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크게 병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국소적 병변이 여러 군데 있는 경우도 꽤나 많이 있거든요. 30~40대 성인 남성의 가장 불편한 부분, 뭘까요? 뒷목이 당기고 어깨가 결리고 피곤한 증상이잖아요? 다른 부분에 큰 이상이 없다는 가정하에, 그 사람은 강한 침법으로 손발을 자극해서 치료해야 할까요 아니면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얇은 침으로 뒷목이나 어깨 부분을 이완시키고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히 후자겠지요.

그런 분들에게 손발에 강한 자극을 주는 치료를 한다면 아마 다시는 안 오실 거에요. 다시 안 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 훈침이 날지도 모릅니다. 훈침이라는 것의 훈은 현훈(眩暈)의 훈인데요, 침 치료를 받는 중에 갑자기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토할 것 같고 팔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반대의 경우를 한 번 봅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분이 아주 안 좋아요. 항상 쳐지고 의욕도 없고 힘듭니다.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것도 귀찮아요. 어디 크게 통증이 있는 곳은 없습니다. 우울증도 오래 됐어요. 대략 5년 이상 된 것 같습니다. 이분의 경우 부드럽게 뭉친 곳들 풀어주고 이완시켜 준다고 증상이 좋아질까요? 택도 없습니다.

경락은 감정과 의식의 통로라고 했습니다. 감정과 의식은 경락을 통해서 이동하고 그 힘을 전달합니다. 경락의 허실을 조절함으로써 감정과 의식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팔다리, 주관절 슬관절 이하의 오수혈을 이용해서 경락의 허실을 강하게 조절해줘야 합니다. 참고로 이런 경우 궐음(厥陰)에 해당하는 경락을 아주 강하게 보해줍니다. 심포나 간에 해당하는 경락을 말이지요. 정신이 번쩍 듭니다. 물론 상당기간 오래된 질환이니 오랫동안 차근차근 치료해야 할 거에요.

그렇다면 이렇게 아주 상대적으로 두 부류의 환자들만 오느냐? 당연히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애매하고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병증에 따라서 팔 다리의 강한 혈들을 사용하기도 하고 얇은 침으로 부드럽게 치료 하기도 하고 혼합해서 치료하기도 합니다.

사실 좀 어렵습니다. 쉬운 개념은 아니에요. 특히나 잘 혼합해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소아와 노인의 경우입니다. 일단 소아는 대부분 침을 무서워 하지요. 일단 무서워 하기 시작하면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자침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일단 침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경락은 뭐라고 했지요? 감정과 의식의 통로 라고 했습니다. 침을 딱! 보는 순간! “아 무서워!”한다면 공포에 해당하는 태양(太陽) 경락의 기운이 태과(太過)된 상태가 됩니다. 치료도 하기 전에 다른 병이 생겨버리는 것이지요. 안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소아의 경우는 초반에는 아주 부드럽게 치료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공포가 없어지면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치료에 돌입합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병이 아무리 중하고 깊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강한 침법을 쓸 수가 없는 것이 일단 기운이 부족하잖아요. 어르신들은 일단 허합니다. 아주 허합니다. "세상에, 어르신! 저보다 더 건강하세요. 어쩜 80에 그리 정정하신가요?!" 라고 아무리 감탄 더하기 칭찬을 받으실만한 어르신들도 일단 어르신은 어르신이기 때문에 허합니다.

절대로 처음부터 강한 치료를 진행하면 안 됩니다. 살살 달래가면서 병도 하나의 인격체처럼 여기고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조절해 가면서 치료해야 합니다. 참고로 허하고 실하고의 차이는 체력이 좋으냐 식욕이 좋으냐 등 하나의 변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변수들이 있고요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침 치료에 있어서 침의 개수에 대해 더 이상은 호불호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항상 상황에 맞게 병에 맞게 사람에 맞게 치료한다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침 치료 받으시면서 궁금한 것들이 있으시면 항상 치료하는 원장에게 질문을 하세요. '아, 이건 왜 이렇게 치료하지? 아닌 거 같은데...'

치료하러 갔다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한의원에서 나온다면 이건 뭐 치료하나 마나지요. 아까 경락은 뭐라고 했지요? 감정과 의식의 통로입니다. 주로 한의원에 몸이 편해지러 간다고는 하지만 마음도 편해져서 나와야지 새로운 의문을 가지고 나오면 안 되겠지요.

2017년도 얼추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올 한해도 마무리 잘 하시고요, 내년은 몸과 마음이 평안한 한해가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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