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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7530원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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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19 15: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16.4%라는 파격적인 두 자릿수 인상은 그동안 우리나라 임금이 지나치게 낮아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의 주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비정상의 정상화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근로자 중 23.6%에 해당되는 463만 명이 혜택을 받게 돼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수혜자 대부분이 월 210만 원인 근로자 표준임금 이하의 근로자여서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그랬듯이 이번 역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역대 최고 인상액이었던 450원보다 2.4배나 많은 1060원이 한꺼번에 인상된 것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인건비 부담으로 편의점, 음식점, 슈퍼마켓 등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고, 고용시장은 위축될 거라는 목소리도 엄살만은 아닐 것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최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이번 인상의 배경이라 할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임금 생활자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수준 이하의 노동 조건이나 빈곤을 없애고, 임금 생활자의 노동력 착취를 방지해 소득재분배를 실현하자는 게 최저임금제의 취지다. 
 
그런데 최저임금제의 이면에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금융통화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올해 31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최저임금이 6470원인데도 이 정도다. 내년에 7530원으로 껑충 뛰어 오르면 어찌될지 걱정이 앞선다.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부도덕한 업주들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는 157만 3770원 선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비혼가구 1인당 생계비 월 175만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그럼에도 근로자 6명 중 1명이 그조차도 받지 못한다면 예사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건 최저임금 적용이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많고, 위반하더라도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학생 여성가장 등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회적 약자다. 정부가 이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고용업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위반하면 법이 정한 대로 처벌해야 하는데 느슨하다. 최저임금 위반 적발 건수가 2013년에 6081건이었으나 2014년엔 1645건으로 급감했고 2015년엔 1502건으로 줄어든 게 이를 잘 보여 준다. 또 설령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식으로 이뤄져 업주들의 법 준수의식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인상률 못지않게 정해진 최저임금을 철저히 준수하는 일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경영난을 겪는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취지에 걸맞은 대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 정책의 방향을 양적 성과에서 질적 향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개수 늘리기로 정하다 보니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일자리가 속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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