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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신세대 오디세우스들-성공의 귀환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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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14 17: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서경홍 충남대 인문역량강화(코어) 사업단 선임연구원,철학박사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 문학의 시작일 뿐 아니라 서양문화의 원천이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를 그린 것이 ‘일리아드’라면 ‘오디세이아’는 전쟁의 기쁨을 안고 각고의 고난 끝에 그의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귀환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사이렌의 유혹, 괴물들의 감금을 지혜와 기지로 이해하고 마침내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책을 통해 인류 문명사에서 왜 20세기가 야만의 시대가 된 원인을 서양문명의 계몽화를 들었다. 인류는 끝없이 자연을 정복해왔고 그것이 완성되자 인간 자신을 정복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의 근원에는 계몽이 있었고 계몽의 자랑스런 깃발을 높이 들고 돌아온 인류는 마침내 스스로 저질러 놓은 야만의 시대를 맛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시대에 서정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다”라고 문학과 인간의 순수성을 냉소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성공적인 예로 오디세우스를 들었다.
모진 여정 끝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오디세우스와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다. 향수로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그루누이는 마침내 20명이 넘은 소녀의 체취를 혼합하여 그 뜻을 이룬다.

소녀살해의 죗값도 벗어난 채 파리로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잡아먹기 위한 거지들뿐이었다. 그는 결국 짐승처럼 그들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우리에게 이제 여행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연간 20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인천공항을 빠져나간다고 하니 해외여행을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여행이란 말대신에 투어란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뜻을 살펴보니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옴을 뜻한다. 말 그대로 귀환이 여행인 것이다.

떠나면 그 언젠가 돌아오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그러나 어떤 모습, 어떤 결과를 가지고 돌아올 것인가. 거기에 여행의 의미가 있다.

엊그제 충남대 코어사업단에 보내는 해외인턴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하였다. 이들은 홍콩과 중국 14명의 학생을 짧게는 3주, 길게는 6개월간 체류하며 현지와 문화와 언어, 그리고 직장생활을 체험하게 된다. 학교 안에서 배운 지식과 현실과의 접점을 찾고, 또 학교에서 배울 수 없던 것을 경험하게 되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그들을 보내는 업무책임자인 나로서 기대와 희망이 크면서도 걱정도 만만치 한다. 해외여행안전에 대한 교육, 코어사업단에 제출한 결과보고서 등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여행은 돌아옴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는 여행지와 여행경로에 달린 것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들에게 달렸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떠남을 위해 짐을 꾸려야 합니다. 하지만 캐리어에 담을 물건만 생각하지 말고 머릿속에 무슨 짐을 싸느냐를 고민하십시오. 머릿속에 짐을 어떻게 싸느냐에 따라 여러분은 오디세우스도 될 수 있고, 아니면 그루누이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제 코어사업단을 대표하여 이 말로 오리엔테이션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코어사업단은 여러분을 믿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사업단을 믿어주십시오.”

그렇게 나는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신세대의 오디세우스로 변하여 성공한 모습으로 귀환해 공항해서 활짝 웃는 모습을 그리며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서경홍 충남대 인문역량강화(코어) 사업단 선임연구원,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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