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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통증을 너무 미워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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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1.26 16:0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영 태 마음쉼 한의원 원장

통증을 싫어하고 통증을 두려워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입니다. 그런데 통증이 없다면 어떨까요? 통증은 몸에서 보내주는 일련의 방어 작용을 준비하는 신호입니다. 방어를 준비하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손목에 이상이 있어서 통증이 발생해야 하는데 통증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손목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저 평소 하던 대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손목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겠죠?

요즘 사람들은 통증을 너무 싫어하고 미워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안 그랬거든요.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가르침을 설파했는데요.

‘一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欲乃生(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으로 더 큰 병이 생기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병의 고통 속에서 깨달으라 하셨느니라.’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람이 병이 없다면 교만해지고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만약에 병고가 있다면 “아, 내가 너무 방탕했구나. 이제는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해야지!” 하라는 뜻입니다. 병이나 통증으로써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자 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통증이 발생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증을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있다고 했을 때 별 생각 없이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파스를 붙인다거나 마취를 하는 등의 방법은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일상생활을 해야 하고 대회에 나가야 하는 선수나 급한 일이 있는 경우 부득이 하게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소수이지요.

아래 허리의 통증을 예로 들어 봅시다. 보통 뭐 들다가 허리가 삐끗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길게는 2주일 짧게는 며칠 안에 좋아집니다. 그런데, 이게 잘 낫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체형이 퉁퉁한 상태에서 등은 약간 굽고 뒷목은 두툼하고요, 앉았을 때 구부정해보이는 사람들 많이 있죠? 게다가 엎드려 누웠을 때 허리는 오목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허리와 등이 거의 일직선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경우를 골반이 뒤로 약간 회전했다라고 합니다. 좀 어려운 말로 ‘골반의 후방경사’라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허리 통증이 만성화 되거나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심한 경우 요추가 C자 커브를 잃고 일직선처럼 ‘일자허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상태가 오래 된다면 요추의 추간판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게 될 거에요. 탈출 후에는 신경근의 압박, 유착으로 인한 염증, 심한 경우 추간판이 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섭죠?

그런데 과연 골반이 하루아침에 회전을 했을까요? 아니거든요.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조금씩 나도 모르게 회전을 한 것입니다. 중간 중간에 분명 몸은 신호를 보냈을 거예요. ‘통증’이라는 신호를 말이지요. 통증이든 다른 불편함이든 어떤 신호가 왔을 때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등이나 어깨가 굽었는지, 거북목은 아닌지, 엎드려 누웠을 때 허리 굴곡은 어떤지 등, 그리고 서 있을 때 자세, 앉아있을 때의 자세, 뛸 때의 자세 등 모든 자세를 한 번쯤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병행해야 하고요.

통증이 발생했다면 먼저 그 통증을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그 통증의 원인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고 나의 생활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나의 체형이나 자세를 보고 “아, 이런 점이 문제가 있구나 이렇게 고쳐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세만 가지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는 모든 진단 방법을 동원합니다. 아주 미세한 변화라도 그것이 몸에 대해서 알려주는 정보는 어마어마하거든요. 맥만 짚고도 어느 정도의 정보는 습득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보고 듣고 묻고 만져보고 하는 정보들을 종합한다면 지금까지의 변화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유추할 수 있고 조심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며 더욱 권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不通則痛 通則不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통하지 않는다면 통증이 생길 것이고 통한다면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라는 뜻입니다. 통하지 않아서 통증이 발생했는데 통증을 무작정 없애버린다면, 통하지 않는 상태는 오래 되어 분명 다른 병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통증, 우리 너무 미워하지 맙시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시고 전문가와 함께 그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 같이 찾아보도록 하세요.

나 영 태 마음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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