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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단의 조치가 겨우 직권상정 미루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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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16 16: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 지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할 때만해도 약속했던 특단의 조치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직권상정도, 특단의 조치도 없었다. 정 의장은 획정이 올해를 넘기면 ‘입법 비상사태’가 올 거라면서도 아직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미뤘다. 다만 연말께 심사기일을 정하겠다고 했다. 그때 가서 직권상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특단의 조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 의장이 입법 비상사태라고 표현한 선거구 무효 시한이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

정 의장으로서는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기가 껄끄러웠을 거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경우는 국가 비상사태와 여야 대표가 합의했을 경우뿐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 상황을 비상사태로 몰아가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게다가 청와대가 요구한 경제법안의 직권상정을 비상사태가 아니라며 거부한 마당에 획정안의 직권상정은 나라 경제는 도외시하고 선거만 챙긴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할 할 일을 미룬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예비후보 등록이 이미 시작됐다. 선거구가 변화가 없는 지역의 예비후보는 그래도 낫다. 분구가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역의 예비후보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어느 쪽이 합해지고 어느 쪽이 떨어져 나갈지 오리무중이니 ‘반쪽 선거운동’을 하거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모두 눈도장을 찍는 이도 있다. 어떤 예비후보는 현수막에 지역을 표기하지 않거나 아예 선거구 획정이 될 때까지 등록을 미루겠다는 후보도 많다. 더구나 올해 안에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전 지역구는 무효 처리되고 예비후보들도 지위를 잃게 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도대체 어찌 이런 황당한 선거가 있을 수 있는가.

예비후보로서는 어디에 출마해야 하고 어느 지역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지, 유권자로서는 누가 출마하고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 신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넘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란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 신인이 자신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유권자가 누구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면 선거 민주주의는 밑에서부터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면 민주사회의 기반이 흔들린다. 이게 비상사태가 아니면 무엇이 비상사태라는 것인가.

물론 책임은 여야에 있다. 예비후보 등록일을 넘겨서까지 선거구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여야의 행위는 정말 무책임하다.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자신들의 잇속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기득권 정치의 탐욕을 연일 확인시키고 있다. 선거구 협상 결과에 따라 여야의 예상 의석수가 왔다갔다하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여야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줄다리기는 끝내는 것이 옳다. 필요한 것은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협상을 위한 시간이 다 소진된 것은 아니나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다.

의장의 직권상정도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불가피성은 국민이 안다. 직권상정한다 해도 여야의 셈법에 비춰 모두를 만족시키긴 힘들 것이다. 본회의 통과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여야를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거다. 특단의 조치가 ‘특단’이 돼야 하는 이유다. 시기를 놓친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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