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동로하선] 고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8.25 17: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1948년 정부 수립 후 결성된 조선가극협의회 산하단체 중 하나가 백조가극단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발전에 이바지한 극단인데, 6·25 전쟁 와중에 공연에 나섰다가 빨치산들에게 붙잡혔다가 전투경찰대 18연대 대대장 차일혁 총경에게 구출된다. 차 총경은 가극단장에게 부탁한다, ‘부대원들을 위해 공연을 해 달라.’ 그리고 감금한 빨치산들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포박을 풀어준다. 전쟁 중에는 아군 적군이 있지만 공연을 보는 데 이데올로기는 필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예술을 통해 피아의 구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거다.

▷멋지지 않은가. 마치 백조를 상징하는 이미지처럼 우아하다. 서양 사람들이 백조를 각별히 아름답게 보고 특별히 여기는 건 다른 뜻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왜냐. 죽음을 인도하는 새가 백조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신화나 종교에서 백조는 영혼을 머나먼 북쪽 하늘나라로 인도하는 죽음이 여신이다. 독일의 일부 지방은 장송할 때 백조의 노래를 부른다. 슈베르트가 죽음을 예감하고 지은 연작 가곡 ‘백조의 노래’도 이 장송곡에서 악상을 얻었다 한다. 북유럽의 샤먼(무당)은 백조의 환각을 보거나 또 백조로 둔갑하여 예언을 한다고 한다.

▷호주 대륙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되면서 ‘백조=흰새’라는 정설은 깨졌다. 검은 백조 하면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내털리 포트먼의 면도날처럼 섬뜩한 연기가 떠오르지만, ‘블랙 스완’은 경제 용어가 돼 있다. 월스트리트 투자전문가 니콜라스 탈레브의 2007년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데도 발생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는 사건을 뜻한다. 제1·2차 세계대전, 9·11테러, 최근의 금융위기 등을 떠올려보면 된다. 세계사를 뒤흔드는 사건은 검은 백조처럼 부지불식간에 온다.

▷백조는 우리말로 고니다. 태풍 고니가 검은 고니로 변하지 않고 흰 고니로 큰 피해 없이 지나가 다행스럽다. 하지만 가을태풍은 이제 시작이다. 한여름을 지난 9월의 바닷물 온도가 가장 높기에 태풍의 에너지도 그만큼 크고, 유독 사납다. 1959년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며 엄청난 피해를 낸 ‘사라’, 2002년 5조1000억 원의 재산을 쓸어간 ‘루사’가 가을에 왔다. 향후 태풍도 통념을 벗어난 블랙 스완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기상전문가가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 또 조심. 우리 삶도 검은 고니 조심.

안순택<편집국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