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화요논단] 허례허식, 이제는 바뀔 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8.24 16: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동 진 건양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광풍과도 같았던 메르스 사태가 종식됐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단지 의료분야에서의 위기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사회문화경제가 멈춰버리는 재앙과 같은 사건이었다. 필자가 속한 건양대학교의 부속병원인 건양대병원 역시 메르스 감염자가 내원하면서 병원 일부 폐쇄까지 이르는 타격을 받았다.

이제 메르스 사태가 끝나고 그동안의 피해를 수습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는 세계에서 유래없이 빠르게 확산된 메르스의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문병문화를 꼽고 있다. 질병의 경중에 관계없이 많은 수의 문병인들이 우르르 몰려가 병실에 머무르고 또한 면회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문병문화는 예전부터 병원내 감염 및 질병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돼왔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메르스라는 재앙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에야 개선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직장동료 또는 주변의 지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음료수 또는 꽃을 사들고 우르르 방문한 경험은 우리나라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으나 막상 입원소식을 듣고 안가기는 꺼림칙하기 때문에 같이 갈 사람들을 모아 함께 방문한 뒤 금방 나와서 저녁술자리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의 경우다. 필자는 이것을 우리 민족 특유의 허례허식(虛禮虛飾)에 기인한다고 본다. 허례허식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나 정성이 없이 겉으로만 번드르르하게 꾸밈’이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몇 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사람인데 그 사람의 관혼상제에는 뭐에라도 홀린 듯 빠지지 않고 쫓아다니는 것은 체면과 허세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허례허식의 경우를 찾아보면 이보다 훨씬 많다. 결혼과 취업,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삼포시대’라는 지금도 주변인들의 결혼식을 보면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 따라 비싼 연회장, 과도한 식대 등을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결혼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체면을 위해,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심에 수천만원짜리 결혼식이 여전히 횡행한다.

이뿐만 아니다. 누구의 자식이 무슨 대학에 들어갔고, 어느 기업에 들어가서 연봉을 얼마를 받는다느니, 누가 어디에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올랐다든지, 자식들이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들을 너무나 쉽게, 흔하게 하고 있다. 이 역시 ‘남들이 저 정도하는데 나도 해야지’라는 허례허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우리 민족은 유교문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관혼상제가 매우 중요시돼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상례와 제례가 당쟁의 원인이 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주제였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의 주요 행사에 참여해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의 미풍양속이기도 하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남들처럼 살고자 하는 욕구도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래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 민족의 교육열과 경쟁력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정치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충분히 성숙된 국가가 됐다.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너무 불필요한 허례허식에 얽매여있지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과감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이 동 진 건양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