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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요인보다 양육환경이 더 중요

<‘고리들’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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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5.21 18:19
  • 기자명 By. 김은섭 기자
 

-게임 많이 하면 조기치매 가능성
-짜증·스트레스, 암기에 ‘도움’

‘양육과 교육 방식이 아이들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주장해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화제의 책 <내 아이를 위한 두뇌사용설명서>의 저자 ‘멘토-브레인 연구소’의 고리들 소장과 함께 가히 ‘혁명적’이라 할수있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 고리들이라는 작가명을 보고, 처음에는 여러분이 함께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영훈 작가의 필명이네요. ‘고리들’이 어떤 뜻인지.

고구려의 원래 이름이 ‘고리’이므로 고리들은 고구려의 들판이란 뜻입니다. 제가 대학 시절 고구려의 옛 땅을 찾고 싶다는 ‘다물사상’과 고대사에 심취했어요. 그밖에도 ‘고리들’은 선순환의 고리들, 저 깊은 곳에 있는 수수께끼인 ‘Core Riddle’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선순환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와 궁극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담은 필명입니다.

- 본론으로 들어가서 양육태도가 아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네, 저는 1989년부터 좌뇌와 우뇌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이후, 20여 년 이상 뇌과학 지식을 쌓아 왔고, 요즘도 해외 저자나 박사들의 인지과학이나 다중지능에 대한 강의를 인터넷으로 듣고 있습니다. 요즘의 뇌과학은 융합학문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육과 심리학 그리고 경제학과 의학까지 뇌신경 과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의 논문이나 실험 중에서 이렇게 융복합적인 결과들을 모아서 자녀교육서 겸 두뇌사용설명서를 썼습니다. 제 책의 도입부에서는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PNEI)’과 ‘후성유전학(epigenetics)’을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감정코칭’이 부족한 양육이 뇌신경망과 내분비계와 면역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과정을 가급적 쉽게 설명했습니다. 앞의 두 최신학문의 연구에 의하면 동기부여와 자기주도성을 무시한 양육과 교육은 조용한 살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무서운 점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정신적 신체적 압박은 뇌신경과 호르몬계와 면역계를 나쁜 순환 구조에 빠뜨리면서 결국에는 DNA의 성질을 바꿉니다. 건강을 지키는 텔로미어(telomere)가 짧아지게 되면서 질병에 약해지고 수명이 단축됩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세포분열과 생식을 통해 자신의 미래와 자식의 미래로 이어집니다. 얼마 전 ‘분자심리과학’ 잡지에 소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양육 환경이 달라진 236명의 쌍둥이의 DNA 건강이 억압과 폭력적 환경에서는 텔로미어가 짧아져서 10세경부터 예측 수명이 10년까지 짧아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자녀의 두뇌발달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양육환경에 영향이 훨씬 크다고 했는데, 과학적으로 맞는지.

그 증거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부모가 없거나 양육을 포기한 일란성 쌍둥이들을 연구합니다. 둘 중 한명이라도 따로 입양이 되면 양육환경이 달라지니까요. 두 아이의 건강과 성격과 학업성취 등을 조사해보면, 유전이냐 환경이냐가 25%대 75%로 나옵니다.

이 비율은 얼마나 장수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장수학적 결과와 일치하므로 평생의 삶에서 유전자보다는 환경이 훨씬 우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난 겁니다. 그런데 부모의 유전자는 조부모의 양육태도가 만드는 것이라서 후성유전학적으로 보면 환경의 영향을 99.9%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전체 세대를 통해서 계속 환경적인 영향을 받는 것, 그것을 진화라고 하죠. ‘찰스 다윈’은 원래 진화가 아닌 변화라고 불렀습니다.

더 나쁜 쪽으로도 바뀌니까요. 사람들마다 진화의 속도와 방향이 다릅니다. 개인적인 의지력과 멘토링에 따라서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를 혁명하는 속도와 정도가 각각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교 시절 전교꼴찌의 성적에서 전국석차 0.03% 이내로 성적을 올려보았는데, 당시에 전 제 의지력이 제 머리를 혁명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자기주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습니다.

 
- <내 아이를 위한 두뇌사용설명서> 책에서 강조한 적기교육 왜 중요한지.

적기교육은 쉽게 말해서 눈높이 교육입니다. 각각의 아이 특성에 맞는 진도가 따로따로 있다는 것이 적기교육의 핵심입니다. 늦게 사업으로 성공할 아이를 교실에 가두고 수학을 공부시켜 성적에 신경 쓰게 하면, 그 아이의 사업적 두뇌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숲과 생태계를 보는 큰 시각과 오래 참고 관찰하는 아량과 미덕으로만 적기교육이 가능합니다. 그 아이에게 맞는 지능발달과 평생의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난이도와 자기결정성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선택한 공부도 아닌데 문제의 난이도까지 너무 높으면 아이의 지능과 감정이 억압됩니다. 코르티솔이 많아지는 체질이 되느냐 도파민이 많아지는 성질을 갖느냐가 자기결정성을 전제로 한 적기교육에 달려 있습니다.

- 아이에게 전달되는 교육방식이 뇌와 몸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까?

네, 감정에 따라 체내에 생기는 물질들이 순환되고 정화되지 못하면 해로운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신경세포를 퇴화시키고 내분비계를 우울하게 합니다. 코르티솔이 그 주범이죠. 코르티솔은 원래 스트레스로부터 뇌신경계를 보호하려는 물질이죠. 그런데 스트레스를 감정적으로나 생각으로나 운동으로 해소를 못해서 코르디솔이 과다해지면 그 과잉 코르티솔이 신경계의 도파민 보상회로를 위축시키고, 내분비계의 인슐린 민감성과 면역세포의 민감성을 떨어뜨려서 질병으로 가는 길을 더 넓게 만들게 됩니다.

위기 때나 화가 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매니큐어를 녹이는 아세톤처럼 간과 몸에서 영양을 녹여서 쓰는데, 이때 뇌신경도 녹여 생각을 유연하게 합니다. 그런데 화를 오래 내면 아드레날린이 뇌신경을 공격해서 결국 미치거나 바보를 만들죠. 이때 뇌세포를 지키려고 코르티솔이 나오는데, 코르티솔은 감정적 민감성을 떨어뜨려서 화를 참게하고 뇌신경을 보호합니다. 그런데 독성 물질인 아드레날린으로부터 뇌신경과 몸을 보호하려는 이 작용이 동시에 뇌신경계와 내분비계와 면역계의 민감성까지 낮추는 겁니다. 일단은 고마운 코르티솔이 인내심을 만들지만, 스트레스가 만성이 되거나 과다하게 되면 온몸의 세포가 멍청하게 바뀌면서 몸은 서서히 망가집니다.

- 부모님들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자녀들의 게임문제 인데. 중독이 되는 원인과 두뇌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뭔가 할 일을 찾을 때 옵션(선택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과목이나 여러 일 중에서 자기 맘에 드는 것을 5개 정도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즉 20%~25%만 골라서 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게임이 아닌 어떤 공부나 일을 선택할 의욕이 생깁니다. 그런 선택의 과정에서 자기결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은 공부, 운동·게임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가장 쉽게 가장 빨리 만족감을 주는 게임을 선택하게 됩니다. 초등 교육에서도 대학처럼 선택과목제를 운영하거나 제 사회적기업인 ‘스토리쿠커스’방식처럼 자기가 자기 교과서를 만들도록 유도하면 게임에 빠지는 비율이 현격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게임은 온 몸을 쓰는 전체체험이 아닙니다. 5감의 자극이 제한된고 운동량이 적어요. 그래서 게임에 오래 빠지는 아이들에게 치매증상이 나타납니다. 안 쓰는 뇌신경이 퇴화되는 것이죠.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앉아서 경험하게 되므로 아드레날린이 해소가 안 되어서 건강까지 나빠집니다. 게임중독의 후유증은 35세를 넘긴 중년이 되어서야 드러나죠. 중년에 이르러서 DHEA의 양이 줄어들면 청소년기의 나쁜 습관으로부터 형성되는 코르티솔 과다의 피해를 막아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젊어서 굶으면 늙어서 골병든다는 속담은 사실입니다. 젊어서 운동량이 적으면 치매도 더 빨리 오게 됩니다. 그래서 조기교육이 조기치매를 부른다는 속담도 생긴 겁니다.

- 끝으로 중·고등학생을 위한 공부두뇌 훈련법에 대해서 소개 해 줄수 있는지.

짜증과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 스트레스는 유스트레스(eustress)가 되어서 지능과 인내력을 더 좋게 만듭니다. 부정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석하면 디스트레스(distress)가 되어서 지능과 건강을 해칩니다. 어떤 경우이든 심리적인 대처법이 중요하죠. 이 대처법을 기르는 양육이 감정코칭이라서 요즘 그렇게 강조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훈계를 듣고 짜증이 나거나, 또는 스스로의 처지에 화가 나는 중에는 두뇌혁명의 물질 아드레날린과 기억물질 아세틸콜린이 동시에 나오므로 즉각 책을 보거나 영어사전을 보며 암기하면 기억이 잘 되면서 아세틸콜린은 점점 더 나오고 아드레날린은 해소됩니다. 이 행동수칙으로 전 제 지능을 높여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저는 슬프고 화날 때 책을 보고 영어사전을 외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때로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서 흐르는 눈물에 시야가 흐려지지 않도록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눈물을 닦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끔 술도 마셨지만 담배는 피했습니다. 술은 조금만 마시면 두뇌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래서 노벨상 아이디어는 가벼운 술자리에서 많이 떠오릅니다.

동물은 원래 맹수를 만났을 때의 ‘도피-투쟁’이나 번식경쟁에서 생기는 아드레날린 분비의 호르몬순환 반응으로 지능을 발달시켰으므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상황이 자기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화풀이를 책 읽는 것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잠시 풀고 자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또한 뇌과학적인 원리입니다. 억울함을 공부로 풀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라는 것을 검색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지면상 여기서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의미치료’는 삶을 혁명하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다 못한 얘기는 다음 책이나 인터뷰에서 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익한 정보, 대신 감사드립니다. 지면에서 교육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은섭기자 top1125@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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