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紫硏(자연)에 녹아내린 ‘상산자석 벼루’

상산 벼루 전수자 권 혁 수氏… 마지막 남은 전통 벼루 공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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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5.09 19:16
  • 기자명 By. 남윤모 기자

 

 

 

선비들에게 붓과 더불어 필수도구인 벼루는 늘 몸에 지니고 다녀야 했던 현대에서는 볼펜과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벼루의 질에 따라 세도의 척도를 가름하기도 했고 선대에 이어 가보로 내려오는 오래된 벼루에서 그 집안의 내력과 가풍을 엿보기도 했다. 조선시대 진천 초평면 두타산에서 나는 상산자석이라는 돌을 깎고 다듬어 만든 벼루는 충남보령의 청라에서 나는 벼루와 더불어 쌍벽을 이뤘다.

이 벼루는 필기도구가 발전되면서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어 현재는 전통 전수자들만이 벼루를 수작으로 제작하고 있어 현생활의 활용 보다는 예술품으로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는 현실이다.

당연히 사용처가 희박해 지면서 벼루를 만들어 삶을 영위하던 벼루 제작인 들은 생산을 중단했고 현재는 소수의 장인들에 의해 삶의 영위 수단이 아닌 우리나라 전통예술을 승계한다는 자부심만으로 지탱해 왔다.

이런 현실에서 자부심과 고집만으로 벼루를 제작하고 있는 진천면 초평면 권혁수(53) 씨는 고집과 아집만으로 스승인 김인수·유길훈 씨 등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시대 마지막 남아 있는 벼루제작의 장인이다.

진천 초평면에서 생산되는 상산자석으로 만드는 상산벼루는 먹물이 마르지 않고 먹이 곱게 갈려 조선시대 선비들의 애호품 중 하나였다. 고려시대부터 천년을 이어온 진천의 ‘농다리’상판 역시 상산자석으로 놓여 상산자석의 우수성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 입증된바 있다.

그가 2010년 3월에 진천 종 박물관에서 가진 '자연'이라는 주제로 연 예술벼루 초대전에서 흔히 볼수 있지만 사라져가는 자연속의 일부인 곤충의 모습을 생생하게 벼루에 담아 석공예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그가 남긴 곤충들의 모습은 살아 움직이는 듯 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관중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난개발과 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주변에 희귀해지는 곤충들에 대한 관심도 불러 일으켰다.

그가 표현한 곤충, 옥수수, 돼지, 버섯 등의 농촌을 소재로 한 소박한 작품에서 도시민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들에게는 자연 학습의 양면을 같이 지니고 있어 그의 작품이 광범위하게 평가 받고 있다.

선조들이 대물려 이어주고 있는 석공예인 벼루예술을 이어받을 전수자가 없어 기술 보유자인 권혁수 씨의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 벼루 생산으로는 삶이 지탱이 되지 않기에 이를 전수받으려는 후인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반평 남짓한 좁은 그의 공방에는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이 미완성으로 모습을 찾아가고 있으며 그 뒤편으로 완성된 많은 작품들이 대접을 못 받고 좁디좁은 공간에 진열돼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권혁수씨는 작업여건이 열악한 것은 얼마든지 감수 할 수 있지만 건강할 때 벼루 전통예술을 전수 받을 수 있는 후계자가 나타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 벼루 작품 활동으로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 지망생들이 꺼리고 있으며 일일이 손으로 조각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공정이 쉽지 않아 자신의 희생 없이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권혁수씨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켜오던 자존심을 버리고 올해 전통예술 무형문화재 부분 심사를 신청해 전수자를 보조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진천군과 교육청에도 원한다면 전통 석공예에 대한 강의 및 시연도 할 계획으로 관계자들과 협의 중에 있어 그가 지니고 있는 전통 벼루 석공예에 대한 외연 확대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어 교육계나 충북도에서 전통예술 보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통예술 공예인들이 바라는 진정한 길은 자신의 전통예술 기능이 끊이지 않고 후대에 이어 내려가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라고 있다.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전통예술에 대한 보존과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각 지역의 전통의 맥을 힘겹게 영위하고 있는 숨어있는 장인들을 발굴해 우리의 미래인 후세대 들이 선조들의 숨결과 전통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전승을 유지하게 해 주는 것이 현재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남윤모기자 mooo64@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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