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식물을 잘 키우기란 쉽지 않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무관심한 틈을 타 잎이 하나둘 마르고 뒤틀린다. 아차 싶어 물을 흠뻑 주고 하루 지나서 보니 잎과 줄기에 조금씩 생기가 오르며 곧게 펴기 시작했다. 물이 곧 생명이라는 증거다. 이처럼 물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식물의 생명의 원천이다.
3월 22일은 유엔(UN)이 정한‘세계 물의 날’이다. 지난 1993년 유엔(UN)은 급속한 산업화·인구 증가 등으로 수질 악화 및 먹는 물 부족에 대한 전 세계적 경각심 확산을 위해 이날을‘물의 날’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물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다가 UN의 요청을 수용해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물의 날'을 변경·운영하고 있다.
물은 지표면의 70%를 덮고 있어서 얼핏 보면 풍부해 보인다. 하지만 물의 97.5%는 소금기가 함유된 바닷물이고, 담수는 2.5%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인류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강, 호수, 지하수는 단 0.8%에 불과하다. 전 세계 80억 인구가 1%도 안 되는 물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일수록 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등 물 자원의 지역·국가 간 불균형은 물론 오염된 식수원 사용으로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
‘2023년 UN 세계물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식수원에서 물을 공급받는 인구가 20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 약 4분의 1에 달한다.
기본적 위생마저도 없는 경우는 36억 명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콜레라, 장티푸스, 소아마비 등 각종 질병 감염에 노출되면서 매년 수백만 명이 이 같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물 자원’ 현실은 어떨까?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물 좋고 산 좋기로 이름난 곳이 많아 물 하나만큼은 걱정 없이 쓰며 살아왔다. ‘물 쓰듯 한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물이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낮았다.
현재 한국은 전체 인구의 99.4%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인구행동단체(PAI)'가 분류한 물 부족 위험성이 높은 ‘물 부족 국가’이다. 워낙 상수도 보급 상황이 좋다 보니 국민 대다수가 물 부족 현상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어렸을 적 제가 살던 동네는 물론 어디를 가든 흔히 볼 수 있었던 게 약수터였으며, 한 치의 의심 없이 조롱박으로 약수를 떠 마시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약수터 물은 더 이상 사람이 마시기 어려운 오염수가 되면서 급속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이제 어디를 가든 작은 생수 한 병조차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데다, 생수 한 병이 후한 인심(?) 생색내기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이러다 공기도 사 먹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로 물이 정말 귀한 시대가 도래했다.
유엔(UN)은 매년 새로운 주제로‘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올해(2024년)의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이다.
‘물’이라는 소중한 공유자원은 지역사회와 국가가 잘 협력할 때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으나 물에 대한 접근을 막고 부당하게 사용되고 공유될 때 갈등이 촉발되고 심화할 수 있다. 따라서 물이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이 정한 주제는 ‘함께 누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실천과 지속 가능한 물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덕구민들도 일상에서의 ‘물 사랑’ 실천에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린다. 대덕구 또한 최고의 대청호 수질 유지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함께 버려지는 빗물의 활용도 제고 등 수자원을 절약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생활 속 실천’이 깊이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