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배울 게 많고 부족한 게 많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침과 배려를 베풀어 주신 수 많은 선배님들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온 국회의원선거를 맞아 참된 공무원의 자세와 선거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자 한다.
민원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가끔은 난처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민원인이 행정복지센터 업무 외의 사적인 요청을 하는 경우가 바로 그 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당황스러웠지만 어느 날 제 손을 꼭 잡고, "내가 잘 몰라서 그래. 나 좀 도와줘."라고 간곡히 말씀하시는 한 할머니를 보며 민원인들의 다양한 요청은 바로 공무원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나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있지만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당황하고 난처해지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바로 공무원이다. 그들이 내게 갖고 있는 신뢰의 무게를 생각해 봤을 때, 여유를 가지고 웃는 얼굴로 그 믿음에 보답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느끼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으로서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한마디 말조차도 편향되거나 치우치지 않게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취리히대학 교수 부르노 프라이는 2000년 스위스 시민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민주주의와 삶의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을회의, 주민투표 등 민주적 참여제도가 잘 갖추어진 지역일수록 시민들의 행복감이 더 컸다고 한다.
또한, 2022년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OECD국가 내 행복지수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민의 행복지수 또한 높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신뢰는 모든 공적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누구를 뽑느냐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투표소를 찾고 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세종시 공무원들 역시 선관위에서 실시하는 각종 투표관리교육에 참여하고 사전실습 등을 반복하면서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밤늦은 시각까지 불이 꺼질 새 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거 담당자들의 노력처럼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꺼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투표소로 향하는 한 발자국이 행복한 세종을 만들 첫 걸음이 되리라 확신한다.
다시 돌아가 2년 전 선거 때를 떠올려 보면, 투표사무원으로 일하면서 투표소에서 밝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시민들을 맞이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시간 내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러 온 고마운 유권자에게 잠시나마 기분 좋은 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세종시 공무원으로서 수많은 선거관리 현장에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세종시 내 투표소에서 투표하러 온 시민들을 웃으며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