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분노는 흔한 감정이지만, 원초적이고 강렬한 감정이다 보니 어떤 인간이라도 자극적인 상황에서는 통제하기 힘들 수 있다. 분노가 발생하고 이를 해소하지 않을 때 더더욱 증오의 감정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분노를 마음속에 감추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데, 사실 겉으로 드러내 봐야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하다. 분노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험난하게 만들며 때로는 극단적인 순간으로 몰아붙인다. 이러한 이유로 분노를 일으키는 기억을 잊으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고 실제로 잊어버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차라리 빨리 잊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으면, 더 빨리 잊어버릴 수도 있다.
나의 경험으로는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 장면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고 또렷하고 선명해져 하룻밤을 지친 상태로 맞이한 적도 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리바운드 효과'의 한 형태이며 흰곰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흰곰이 머릿속을 떠나지 못한다고 하는 하버드 대학교의 실험을 예로 들어 '흰곰 효과'라고도 부른다.
분노는 일반적으로 강한 적개심이나 의분의 감정으로 정의한다. 자기 존재가 수용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일어나는 감정으로써 모욕과 멸시, 좌절감 또는 위협이나 부당한 처사로 인해 심한 불쾌감과 억울함의 결과로 발생하는 흥분된 감정의 상태이다. 분노에 대한 언어학적 해석을 살펴보면 독일어로는 'Angst(분노)'이고 영어로는 'Anxiety(근심)'라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Ang'이라는 접두어는 마치 못처럼 날카롭고 예리한 것을 의미하며 'Angr'는 노르웨이어로 비통이라는 뜻으로 예리한 아픔을 겪었을 때 쓰이는 뜻이다.
분노는 적개심을 일으킨다. 즉 사람을 고약하게 하거나 악랄하게 변화시킨다. 사람은 화가 나면 마음이 흥분되고 마르게 되고 가슴은 터질 듯 뜨거워지므로 미친 듯이 날뛰게 되고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노를 다스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대상자에게, 적절한 이유로, 적절한 시간과 적절한 방법으로 적절한 정도의 화를 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라고 하였다.
분노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매우 강한 정서적 반응이며 받아들이기 힘든 대립과 상처 그리고 옳지 않은 과정을 처리하도록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강한 자극이다. 그리고 분노는 선천적 성향이 아니라 교육과 습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후천적 성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나이가 되어 되돌아보니 분노는 정의감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의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었고 상대방뿐 아니라 화를 낸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되돌아왔기에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분노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만한 일을 겪었다면 일단은 조금 물러서서 먼저 맥락을 파악하고, 분노라는 감정을 매개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나름 찾아야 한다. 즉 분노는 잘 조절하면 매우 생산적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부족한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고, 누군가는 바뀌지 않는 관계에 분노한다. 우리는 분노하기 전, 먼저 분노라는 감정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회복은 자신의 분노를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다. 제대로 분노를 알면 분노는 더 이상 불편한 감정이 아닐 것이다이 내용은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에 정리된 것으로 23포인트로 인쇄한 후 책상머리에 붙였다. 모방하면서 살고 싶고 아주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