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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청(靑)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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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2.07 13: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갑진(甲辰)년 설이 모레로 다가왔다. 청룡(靑龍)의 해란다. 연초부터 ’청룡의 해‘라 하여 각종 길(吉)한 이야기들을 했다. 천간(天干)에서 갑이 청(靑)이기에 청룡의 해란다. 용이 도(道)를 닦아 비늘이 파랗게 변해 청룡이 되었단다. 어쨌던 올해는 좋은 일 많고 어려움이 없는 즐거운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물(바다)빛, 하늘빛으로 대신 되는 청(靑)은 우선 시원함과 희망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청춘, 청소년, 청년, 청운의 꿈, 청산이라는 말이 있고, 조선시대 성삼문(成三問)의 시조로 잘 알려진 독야청청(獨也靑靑 : ‘홀로 푸르다’, 높은 節介를 지켜 늘 變함이 없음), 청출어람이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 : ‘푸른 색이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弟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比喩) 하는 말이 있어 뛰어난 절개를 표현하기도 한다.

고구려의 고분-‘강서대묘’에는 사신도(四神圖)가 있다. 동쪽벽에 청룡, 서쪽에는 백호(白虎), 남쪽의 주작(朱雀 : 닭을 닮은 봉황), 북쪽의 현무(玄武 : 뱀과 거북)를 그렸다. 이렇듯 청룡은 일찍부터 가장 길한 동물로 생각되었고, 해가 뜨는 동쪽을 맡아 희망을 상징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도 좌청룡, 우백호의 땅을 명당으로 친다.

그래서 청(靑)은 모든 색 중에 으뜸으로 친다. 공무원(사립학교 교원 포함, 군인과 군무원제외)이 재직 중 공적이 뚜렷하면 수여 받는 ‘근정훈장’도 청조근정훈장, 황조, 홍조, 녹조, 옥조의 5등급인데 청조근정훈장의 급이 가장 높다.

옛 초등학교시절 추억의 으뜸으로 찾지하는 것 중 하나인 ‘가을운동회’는 ‘청군’과 ‘백군’으로 편을 나누어 경기를 했다. 그만큼 ‘청’은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색이다.

우리나라의 가을의 대표적 자랑거리는 명산의 단풍도 있지만 ‘푸르고 높은 하늘’이 있다. 정말 맑은 날 가을 하늘은 그 푸르름과 높이를 가이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에 잿빛으로 변해가는 하늘이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설을 지나면서 봄이다. 새로움과 희망의 약동이다. 지난해의 잿빛 우울함을 날려버리고 새로움의 푸른 희망이 넘치기를 기대해본다. 새 봄의 희망 중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이다.그런데 뉴스에 의하면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역대 최저라고 한다. 전국 6318개 초등학교에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81교나 된다고 한다. 대전시의 경우도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가 11개교나 되며 특히 장동초등학교는 4명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학생은 많고 교실이 부족하여 2부제 수업을 하기도 했는데, 불과 60여년만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니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이다.

푸르름의 대명사 - 신입생이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어느 통계에서는 2050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시대로 접어든다고 한다. 국가에서는 이미 인구 증가를 위해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어 왔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처지이다. 그나마 요즘들어 좀 강한 각종 정책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요점은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부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책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셨던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에는 “내고장 칠월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한다. 맑고 풍요로운 희망의 이미지이다. 3연에서는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라고 하여 기다림, 희망(조국 광복), 좋은 일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청(靑)은 희망이고 상서로움이다.

이 청룡의 해에 아이 기르는 어려움도, 삶의 억눌림도, 전쟁의 공포감도 없는 푸른 희망이 넘치는 청포를 입은 손님이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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