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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S형에게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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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1.29 13: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S형을 처음 본 건 50년전 중학교 시절인거 같습니다. S형과 중학교 다닐적에는 모든 학생들이 같은 검정교복에 머리는 삭발한 까까머리였지요. 그래서 외모만 봐서는 부잣집애인지 가난한 애인지 구분은 못했지만, 얼핏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보면 부잣집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그 러던 어느날 어느 중년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학교를 방문하고가면 그아들은 금수저가 되어버렸죠.

S형은 중학교 3년내내 공부잘하는 우등생이어서 대전 최고의 명문고로 진학을 하고, 난 관심밖에 있는 소위 마이너 학교로 갔지요. 당시는 학교마다 교복과 교모가 제각각 달랐기 때문에 어느 학교 인지 구분이 용이했었습니다.괜하게 자존심이 강했던 저는 남모르게 열등감을 많이 가져 S형한테 연락도 못했던거 같습니다. 대학도 서로 달리가면서 더욱 긴 시간을 보낸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교회라는 울타리안에서 만나면서 격랑의 젊은 시절을 같이 번뇌하면서 지낸거 같습니다.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고뇌에 찬 젊은 예수를 논하면서요. 그래도 그렇게 흔했던 미팅 한번 못했지만 열정이 가득했던 그 시절이 제일 즐거운 시간였던거 같습니다.

S형,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지금부터입니다. 난 대학 2학년 마치고 83년 6월에 S형보단 두 달 먼저 군에 입대했었지요. 그때 S형이 이제 국방부 소속이 됐다며 애써 웃으며 배웅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S형도 알다시피 나는 84년도 군대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생애 첫 주권행사를 했습니다. 당시는 서슬퍼런 전두환 5공정권시절이라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모든 기본권이 통제되던 시절였지요. 군사독재정권하에 군부의 권력은 너무 막강했지요. 그래서 오죽하면 서울대 위에 육사(육군사관학교)란 말이 유행할 정도였지요. 우리부대에도 부재자투표함이 도착했지요.저희 포대장님(포병)은 투표지를 꺼내 1번 칸만 나오게 보여주고 나머지 번호칸은 모두 가렸답니다. 그당시 군부재자투표는 그렇게들 했나봅니다. 다른 부대 포대장은 아예 포대원들한테 투표지를 보여주지도 않고 행정실에서 일방적으로 찍어 보냈다고 합니다. 그나마 저희 포대장님은 투표지를 보여주고 도장을 찍게했습니다. 근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포대장님한테 저는 1번말고 저의 집안아저씨가 출마하셔서 다른 번호를 찍겠다고 했지요. 한참을 고민하던 포대장님은 다른 번호들도 열어주셨습니다. 포대장님도 저와 같은 대전출신이라곤 했지만 그 짧은 촌음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럼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저는 무사히 제대를 했습니다.

S형 나중에 생각해보니 당시로선 무모한 행동이였습니다. 겁이 없었던게 아니라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지금도 그 포대장님을 잊지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나의 생애 첫 주권행사는 내 의지대로 했기에 지금까지도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S형, 지금까지도 잊지못할 기억이 있습니다.내가 대학 4학년 때인 1987년에 내 생애 또 역사적인 직선제 첫 대통령선거를 마주했던 것입니다. 당시 대학가는 연일 일상화 된 데모 때문에 모든게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열기는 넥타이부대부터 아줌마들까지 수많은 국민들이 합세해 결국 6.29라는 선언문이 나오게 되었지요. 그렇게 해서 민주적으로 치른 첫 대통령직선제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노태우가 김영삼, 김대중을 누르고 13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요. 서울의 봄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이 허탈했고, 시민들 틈에서 S형과 최루탄 연기 마시며 독재 타도를 부르짖었던 그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래도 직선제를 통해 민주주의가 실현했다는 것에 만족했지요.

S형, 오는 4월 10일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부디 모든 국민들이 소중한 주권행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우리 같은 민초들을 잘 섬기고 무서워할 지? 저는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달려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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