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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대학 만들어 한국에 공헌하는 것”

충청초대석-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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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1.12 18:08
  • 기자명 By. 육심무 기자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잘못된 문화 바로잡아야
-잘못된 대학문화 바꾸는 것, 나의 마지막 소명

서남표 KAIST 총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명문대학과의 연구협력 및 대형연구센터 유치를 위한 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11일 개최한 부총장단 회의에서 최근 학교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피력했다.

서 총장은 그 동안 수많은 근거 없는 음해와 비방을 받으면서도 직접 나서는 게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현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아왔다며 이제는 학교의 명예를 지키고 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아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서남표 총장이 학내 현안과 교수협의회 및 이사회 등에 대한 발언을 정리해본다.<편집자 주>

 

학내 현안에 대한 생각 -‘암묵적 카르텔 문화’가 만연해 있다.

학교를 세계적인 명문대학 반열에 올려 명예를 높이고 이롭게 하기 위해 KAIST에 온 건데, 학교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먼저 우리학교 교수사회에는 근거 없는 모략과 중상이 일상화된 뒷 담화 관행, 특정파벌에 의한 선후배 줄 세우기 문화, 학생과 직원과 총장 위에서 군림하고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교수들의 특권의식, 그리고 사실을 파악하지도 않고 큰 목소리를 내는 일부 교수들의 비상식적, 비윤리적, 시대착오적, 폭력적인 주장에 침묵해 버리는 ‘암묵적 카르텔 문화’가 만연해 있다.

그동안 취임 후부터 이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해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실체와 주장이 뒤바뀐 총장 퇴진운동이 지난 9개월간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 것처럼, 나 역시 ‘소통을 안 하는 총장’으로 낙인 찍혀 불명예스러운 일을 경험하고 있다.

리더가 책임을 질 일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사사건건 리더에 책임을 지우면서도, 리더가 법률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은 자기들이 가져야 한다고 리더를 근거 없이 음해하는 건 도덕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과연, 법률적으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 리더에게 퇴진을 주장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총장을 흔들려거든 사실관계를 잘 따져 사유와 대안을 얘기하는게 순서고, 그게 학자로서, 지성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다. 아무리 교수라도 학교와 사회의 구성원이고, 이에 따른 조직인으로서 모럴, 상식적인 책임과 도리가 있는 것이다.

총장이 소통을 안 한다고들 한다. 총장이 오죽 소통을 안 하면 교수들이 저렇게 난리겠냐,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수들 주장 다 들어주면 비판이 멈출 것 인가? 소통이 잘 되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내가 나가면 그 때 멈출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 나를 향했던 비난들이 사람만 바꿔서 계속될 것이다.

러플린 총장 때와 한 번 비교해 달라. 개인면담을 요청하는 교수, 학생, 이메일로 의견을 제시하는 구성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학생들과도 식사자리나, 간담회도 자주 갖고 있다. 내가 권위적인 사람인가, 내가 보수적이고 어떤 격의라도 느껴질 만큼 소통 불가한 사람인가.

교협이 작년에 혁신비상위원회를 구성해 달라고 투표했다. 아니면 저를 퇴진시키겠다고 했다. 당시, 학생들의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들을 겪었을 때 나도 사실 무척 고통스러웠다. 저는 교협이 학생사건 문제를 위한 좋은 방안으로써 좋은 방안을 줄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따라서 혁비위도 만들었다. 학교 발전과 소통을 위해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받아들였다.

곧 알게 됐지만 교협의 목적은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오랜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학교가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처리하고, 이사회를 거칠 것은 거쳐서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랬더니 이번엔 대학평의회를 발족해달라고, 왜 의결사항을 수용하지 않냐고, 그러면 또 쫓아내겠다고 투표했다.

대학평의회 구성하라, 그것도 받아줬다. 그런데 나흘 만에 또 학교에서 나가란다. 이번엔 이사 선임절차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한다. 또 받아줬다.

내 이름으로 이사회 정식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하니 10월 26일 열린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나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교수가 파워게임하자는 것이냐”, “오늘 이 안건이 통과하면 카이스트는 끝장”, “거버넌스에 대한 중대한 도전”, “주인을 바꾸고 이사회를 장악, 통제하겠다는 의도”, “무슨 혁명위원회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제가 여태껏 교협이 주장한 것을 안 받아준 게 뭐 있는 지 궁금하다.

소통이란 것이 무대 위에서 ‘학교 발전’이라는 아젠다를 놓고 가치대결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개인에 대한 음해와 비방을 하는 모습이라면 그런 소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성공하는 사례가 생긴다면 KAIST에게 불행한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혈연,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운 내가 해보려고 했다.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꽤 긴 시간 동안 교수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총장의 일은 학교의 일이다. 교수의 연구 성과가 곧 학교의 성과다.

그런데, 학교 성과를 언론에 잘 보도되면 그래서 혹시 제 이름이라도 나가게 되면, 총장이 치적 자랑이나 한다고 비난하는 게 우리학교 일부 교수들의 수준이다.

어떤 직원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학교에 공헌해 승진하면 그것도 총장에게 잘 보여서라고 하고, 교수가 새로 임용되면 그것도 총장이 자신의 사람을 뽑았다고 하고, 모든 게 다 총장 탓이다. 학교의 이름을 높이고, 좋은 성과를 알리는 것도 자신들이 모두 총장에게 잘 보여서인가.

제가 나가면 교협은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학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그동안 어떤 대안이라도 언급한 적 있었나. 교협이 내놓은 유일한 대안은 내 사퇴다. 그냥 서남표 하나 잡자고, 사람만 바꾸면 학교를 망가뜨려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은 전 세계 누가 보더라도 당당히 인정하는 대학을 만들어 한국에 공헌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대학문화를 바꾸고 싶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소명이다.

만일 학내에 도는 소문대로 이사장이 교협회장과 제 거취와 관련해 정보교환을 했거나 무슨 뒷거래가 있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초법적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으로도 대단히 부도덕한 일이다.

이사장은 이사회 소집과 이사회 의장으로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KAIST 정관에는 이사 추천권자를 정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학교사정을 잘 아는 총장이 학계, 과학기술계, 산업계 인사를 대상으로 사전후보자를 추천하고 교과부와 이사들과 협의해 이사회에서 선임하면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온 게 관례다.

지금 그 관례를 깨고 교과부와 이사장이 신임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목적이 저 한 사람을 해임하기 위한 맥락이라면 KAIST의 장래를 위해 잘못된 판단이다. 부끄러운 기록으로 KAIST역사에 남을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제가 뒷거래나 비정상적인 절차로 물러나는 것은 학교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뒷거래를 통해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퇴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KAIST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런 방법을 택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저 스스로 자진사퇴할 경우 교수들이 총장을 흔들어 쫒아내는 게 러플린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다음에 올 총장들도 교수들이 맘에 안 들어 흔들어 댄다면 또 자진 사퇴방법을 요구하고 총장은 이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어 KAIST의 가장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진심으로 이사장이나 주무부처가 나의 퇴진을 원한다면 떳떳하게 이사회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총장 해임사유를 밝히고, 법과 절차대로 하는 것이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는 유일한 방향이며 KAIST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곧 이 부분에 대한 저의 입장을 정리해서 이사장에서 보낼 것이다.

/육심무기자 smyouk@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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