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늘 스키 탈 수 있는 거 맞아?”
최고기온이 20도에 이른 지난 주말 곤지암 스키장을 찾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청아한 하늘에 쨍쨍한 해.
출발 직전까지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한 취소 문자를 받을까 전전긍긍했다.
이토록 푹한 날씨는 처음이라 선루프를 열고 달렸다.
껴입은 내의가 민망할 정도로 따뜻했다.
도착한 스키장. 준비해 온 핫팩은 무용지물.
반팔을 입고 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한겨울에 한여름 차림의 스키장이라니 유독 이상한 올해 겨울이다.
인공 눈이 햇살에 녹아 질퍽해지고, 스키 날에 쓸려 듬성듬성 흙바닥도 보였다.
스키장이 수영장이 될 판국이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 스키장 중 3곳이 최근 3년간 문을 닫았다.
코로나와 온난화가 범인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제설 관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때 겨울철 680만 명이 넘었던 스키 인구는 코로나 여파로 2020~2021년 시즌 140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1~2022년 시즌 380만 명으로 점차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이상 기후로 12월 눈 한 톨 내리지 않으면서 상인들은 울상이다.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오르면 유럽 전역 스키장의 98%가 눈 공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연구에 참여한 새뮤얼 모린 박사는 “모든 스키장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스키 관광에 필요한 눈 공급과 관련한 위험이 제한될 것”이라고 충언했다.
가족·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국내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
겨울 별미 ‘스키장’이 기억 속으로 사라질까,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