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회가 창립되고 3년째 임단협을 하면서 성과는 미미한데, 학교의 부당노동행위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조는 2021년 단체협상을 시작한 후 3년 동안 4번이나 노동청에 진정하였다. 하지만 법은 멀고 부당노동행위는 가까웠다.
첫 번째 진정은 학교가 2021년 단체협약 조정을 미이행하였기 때문에 신청하였다. 학교는 비정년 교수에게 부가급 지급을 약속해 놓고, 부가급 중 교통보조수당 월 20만 원을 못 주겠다고 하였다. 학교는 보수규정의 부가급 항목(가족수당, 근속수당, 교통보조수당 등)에서 교통보조수당을 삭제해 버리고는 줄 수 없다고 하였다. 노조는 노동청에 진정하였고, 노동청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 ① 금품체불, ② 취업규칙변경절차 위반, ③ 조정 미이행으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노조는 항고하였지만, 고등검찰에서도 증거불충분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노조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왜 불충분하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대검찰에 재항고하지 못하고 3년 만에 그 사건에 대한 더 이상의 형사법적 투쟁을 포기하였다. 나는 형사는 안 되어도 민사에서는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민사도 1심에서 패소하였고 지금 2심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 임금협약은 중재에서 전체 교수에게 월 1만 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재정되었다. 학교는 이미 교수 1인당 평균 60만 원의 특별성과급을 비누적으로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비정년 교수 100여명에게 교통보조수당을 지급해야 하고(검찰에 송치되어 불기소 처분이 나기 전이고, 민사 1심이 진행 중이었다.), 중재재정의 결과를 전체 교수에게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급 여력이 없다고 말한 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소송 중이라면서 교통보조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적용 대상도 조합원만으로 한정하겠다면서 조합원 명단 제출을 요구하였다. 중재회의에서 전체 교수에게 주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학교는 법에 그렇게 되어 있으므로 법대로 하겠다고 버텼다. 학교의 부당노동행위가 두려운 조합원들은 대부분 월 1만 원을 포기하며 명단 제출을 거부하였고, 조합 활동으로 신원이 노출된 7명만 제출했다. 학교에서는 또 명단을 다 받기 전에는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텼고, 노조는 할 수 없이 두 번째 진정을 하여 겨우 받았다.
2022년 임금협약은 중재에서 조합원에게 월 10만 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재정되었다. 이에 학교에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중재의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하여 집행정지를 신청하였다. 집행정지 1심이 기각되어 중재재정의 효력이 있으므로, 노조는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학교는 중재재정을 이행하지 않았고, 노조는 다시 노동청에 3번째 진정을 하였다. 노동청에서는 행정소송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종결회신을 보내왔다. 노조는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2, 3년 더 기다려야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학교는 조합원 명단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곧 노조를 탄압하였다. 2023년 성과장려금을 노조원만 빼고 교수들에게 200에서 300만 원씩 지급한 것이다. 조합원도 성과장려금을 받고 싶으면 22년 중재재정과 23년 임단협을 포기하라고 노조에 요구해 왔다. 노조는 노동청에 4번째 진정을 하였고, 지금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는 지회 활동 3년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노조가 법의 심판을 몇 년씩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1인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나와 함께 시위에 나선 조합원은 1명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는 수시모집 합격자와 정시모집 지원 희망자를 위한 특강이 있는 1주일간 시위 중단을 요청했고, 조합원들도 중단을 원했다. 학교에 빌미를 줄까봐, 조합원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공격을 받을까봐 염려한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이 시위를 멈추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조합원들이 단결하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 교내에서 구호가 적힌 리본달기, 연구실 문에 구호를 적어 붙이기, 1인 시위 등 별로 힘들지 않으면서도 조합원 간 동지의식과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투쟁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투쟁이 중재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3년간 단체교섭과 임금협약을 진행한 경험은 노조가 법적 투쟁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시위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이 대부분이라 아직 1인 시위에 나서는 조합원은 적지만, 시위를 자주 접하게 되면 용기를 낼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담이 있다. 학교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주먹을 휘두른다면, 노조도 법의 심판을 몇 년씩 기다리며 앉아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마주 주먹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 노조에는 투쟁이라는 주먹이 있다. 교수노조도 “노동조합답게 투쟁으로 힘을 기르고, 투쟁으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것이다. 싸우는 노조가 싫은가? 그러면 학교가 먼저 법을 지키며 주먹을 휘두르지 말아야 한다.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한 우리는 싸울 것이다. 잘 싸울 것이다. 그래서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