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투자(投資)로 보아야 할 것인가?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3.11.30 00:4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통계청(2023)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월급은 333만원이라고 한다. 대기업은 563만원으로 중소기업 266만원의 2배가 넘으며, 10명 중 2.35명은 월 급여가 150만원에 못 미친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부 건배사가 “9988”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우리나라 근로자의 88%는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로 이야기를 전환해 보자. 국세청(2023) 자료를 보면 2021년 1,952만 명의 자영업자가 평균 656만 8천원을 벌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평균으로 많이 버는 자영업자와 많이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와의 간격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서울 대학가의 월세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70만원이다. 관리비는 별도이다. 대학생이 오직 학식으로 세끼를 해결한다고 해도 하루 1만 5천원이 든다. 최소한의 배고픔 해결에도 월 45만원이 든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을 아버지로 두었다면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녀의 뒷바라지는 불가능하다. 대학생인 자녀의 입장에서도 대학공부가 아닌 아르바이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이며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만 드는 사회구조인 것이다.

과거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현재의 자식들에게 투자하셨다. 투자는 노후 봉양이라는 미풍양속에 포함되어 집안 재산 1호인 논과 밭 그리고 소가 팔려나갔다. 투자는 이익 또는 손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식투자가 그렇고 또 부동산 투자가 그렇다. 그러나 이를 부모와 자식 간에도 적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로 경제가 중요해진 사회이다 보니 투자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식 간에도 사용되고 있지만 댓가를 바라는 부모는 없고, 주고 또 주어도 더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부모만 가득한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투자라는 용어가 적절할지는 고민해 볼 일이다.

공부에 집중하고 또 이를 통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사회에 나가서는 대학에서의 배움을 펼쳐 보이며 사회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한 그런 대학생을 현 시점에서 우리가 찾는다면 잘못된 일일까? 부모로써 자기 일에 충실하고 직장생활을 통해 받은 급여로 자식 공부시키는데 큰 무리가 없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인생을 즐기는 그런 직장인을 찾는 일 또한 잘못된 일인가를 세상에 묻고 싶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노자(老子)는 태어날 때부터 흰 머리카락과 흰 수염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자이다. 노자의 사상은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이상사회를 말한다. 노자는 당시 사회의 변화를 반대하고 옛것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으로 물질의 진보와 문화의 변화가 순박한 백성을 훼손시키고 고통을 준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먹고 입고 편안히 거주하며 사회의 풍습에 만족해하는 일상을 그렸고 이는 안거락업(安居樂業)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사회는 전쟁터란 비유를 많이 한다. 전쟁은 상대방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지속해서 진행된다. 끝 모를 전쟁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부모와 자식 간에 회수를 전제로 한 투자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아니 요즘에는 듣기보다는 하는 쪽에 있을 만큼의 나이가 들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 간에 아침 인사를 하고 둘러앉자 아침을 먹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고 출근하며 큰 일없이 퇴근하는 그런 평범한 하루. 최소한 자식 공부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월급에 만족하는 그런 일생을 살아가고 싶다. 한숨이 아닌 안심, 걱정과 불안이 아닌 행복이라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