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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작은 친절 큰 기쁨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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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1.26 14: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마주친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가 나에게 방긋이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으며 ‘안녕’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동안 아이는 시선을 놓치지 않고 나를 보고 웃었다. 그 선하고 밝은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문득, 어린아이 마음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어느 종교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잠시 만났지만 그 아이로부터 고마운 마음으로 받은 빛나는 선물의 기쁨이 그 후로도 오래도록 남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둠이 내리기만 하면 하루도 거름 없이 길고양이를 돌보아 주는 젊은 여성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 여성의 모습을 가까이 보면서 그 마음에 담긴 정성을 존경하고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쉽지 않은 그 선행에 고마움이 커졌다. 직접 이야기를 하지 못하였지만 내심 천사라고 부르고 싶었다. 비록 말 못하는 미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오고 가는 길목에 마주치는 길 고양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런 분이 주변에 있기에 찬바람에 눈이 오거나 비가 내려도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최근 정치권 인사의 여성비하 발언이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듣는 국민들로 하여금 떨쳐낼 수 없는 혐오감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치권에 불거져 나오는 그런 발언은 어제 오늘 이야기만은 아니다. 누구보다 배울 만큼 배웠을 것이고, 가지고 싶었던 만큼 채웠을 소위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의 막말은 듣는 귀를 씻어도 찌꺼기로 남아 불쾌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다. 아무리 내편이 아니라도 그렇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사회혼란과 불신을 조장하는 언행은 선량한 사람들의 등 뒤에 꽂는 비수나 다름없다.

겨울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희망에 부풀어 시작했던 올 한 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피할 수 없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하루하루 고달프게 살아가는 다수 국민들의 삶 앞에 겨울바람은 더 차갑게 불어와 못다 이룬 꿈의 틈새를 사정없이 시리게 스며들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가는 길 주저앉고 싶을 고통으로 앞이 캄캄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이웃들이 얼마나 많을까, 한번쯤이라도 배려하고 보살펴 주지 못했다면 그러한 삶의 현실을 알고 있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쁨 없는 행복은 없다. 국가가 없으면 나도 없다. 이웃이나 가족이 없다면 나의 존재도 없다. 정치인이든 관료이든 재벌이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혼자의 노력만 있었던 게 아니다. 크고 작은 초목들이 어우러져 큰 숲을 이루듯,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누구보다 윤리의식이 투철하고 도덕적 기준이 높아야 하고 가슴도 넓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족이나 이웃, 국민들에게 폭넓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불장군이나 부하 없는 장수는 하늘 아래 어디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생각해보자. 상대를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과 친절한 말 한마디가 절실해지는 입동지절이다. 내가 먼저 베푸는 친절이 그 배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은 진리이다. 내 살을 떼어 나누거나 직접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서로 다름도 포용 인정할 줄 알고 존중하는 말 한 마디라도 주고받는 사회풍조가 절실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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