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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따로 따로인 세상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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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1.02 14: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아는 지인 중에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계신다. 나름 인품도 훌륭하고 또 실력도 있으셔서 많은 논문을 쓰셨고 인정도 받았다. 아버지로서 학자로서 또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만하면 우수한 인생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 분의 하나밖에 없는 자녀(아들)가 고등학교 중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는 학교가는 것이 싫고 또 시간만 소비하는 것 같고 친구들과의 경쟁도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교육학자인 이분이 어떤 답을 내리는 지 매우 궁금했다. 우리가 아는 지식인이며 또 교육분야의 전문가이니 말이다. 결론은 세상의 모든 교육학적 지식과 지혜 그리고 상담의 모든 방법론을 가져다 적용해도 막무가내인 자식 앞에서 결국 자퇴를 허락하셨다.

이후 두 가지가 이분을 괴롭혔다. 첫째, 자녀 분은 6개월 가량 아무 일도 안하고 놀더니 어떤 계기가 있었는 지 모르나 요리하는 공부에 빠져 학원도 다니고 검정고시 후 전문대 요리관련 학과에 다니고 있다. 물론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교육 전문가로서 설명이 힘들다는 점. 둘째, 여전히 자녀분은 어느 대학 다니나요? 아버지 어머니를 닮았을 테니 좋은 대학 다니겠지요? 하는 물음에 여전히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우리는 학생의 꿈과 끼를 발견하는 교육, 이를 사회구성원으로서 발휘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소위 대학의 간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졸업했는 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심지어 후광효과로 인해 SKY 졸업생은 보이지 않은 혜택까지 덤으로 얻어지는 사회를 당연시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

10월은 가을의 정점이다. 파란하늘, 적당한 온도. 그러나 학생들에게 10월은 중간고사 기간이기도 하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간고사를 잘 보아야 겠다는 목표 아래 일찌감치 중간고사 공부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의 실천은 가능한 미룬다. 그리고 망하는 경험을 한다. 시험성적을 받아드는 순간 기말고사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또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느 뇌과학자의 이론을 보면 잘하려는 욕구(욕심)가 이런 악순환을 만든다고 한다. 잘하려는 욕구는 강박증을 만들고 이는 마음속에서 또 머릿속에서 계속 머무르는 상태, 즉, 불안한 심리상태를 만들고 이는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놀 줄 알아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 교육을 통해 잘 놀 줄 아는 방법, 공부를 즐길 줄 아는 방법을 배워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공부할 때는 공부를 놀 때는 노는 것만 열심히” 라는 말은 있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는 방법론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진 않는다. 정작 사회생활을 통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나서야 “그때 그랬을 걸!” 하는 후회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에게 인생을 이야기 할 때 공부가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안에서 공부는 잘했지만, 사회에서 나쁜 짓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배운 대로 착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그리고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사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다. 배움 따로 실천 따로라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아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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