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 새해 계획을 돌아봤다.
매달 계획표에 찾아온 단골손님 '독서'가 눈에 띈다.
오후 3시 대형 서점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만석인 자리.
책을 둘러보기엔 이미 늦었다.
곧장 독립서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기자기한 공간, 손님 수도 소박했다.
마트의 시식코너처럼 주인장의 책 큐레이팅을 맛보며, 비치된 도서들을 살뜰히 살폈다.
어떤 책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까 가만히 앉아 고민하는 낙이 쏠쏠했다.
그러다 올해부터 매달 참여한 독서 모임이 떠올랐다.
책에 마감 기한이 생기자, 계획(독서)의 성공률이 높아졌다.
또 같은 책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배우기도 했다.
2023의 계획을 되살펴 보니, 책 읽을 결심을 해내도록 하는데 '독립서점'이 큰 도움을 줬다.
책을 읽고 싶도록 그리고 읽어야만 하도록 만들어줬다.
그동안 독립서점은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작·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대전에서, 서점은 기자에게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한 줄기의 돌파구였다.
이렇게 지역 내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독립서점'이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든다.
그러나 기자의 바람은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서점 지원 예산이 '전액삭감' 됐기 때문.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750여 개의 지역 서점 문화프로그램이 사라진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피해는 서점을 통해 문화생활을 향유하던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불과 작년 '출판 문화진흥 5개년 계획'에서는 국민이 가장 가까이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지역서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걸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청년이 향유할 수 있던 하나의 문화마저 지키지 못했다.
독립서점 운영난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내년 계획표에도 빠지지 않고 찾아올 '책 읽을 결심'을 오롯이 해낼 수 있을지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