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부터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룹(Group) ‘피스’와 ‘서울 나그네’가 전신인 ‘사랑과 평화’는 우리가 외국 팝송에서나 접했던 솔 뮤직(Soul Music)이 가미된 펑크 록(Punk Rock)을 들고 1978년 우리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다. 대학그룹사운드 수준의 연주로 완숙하진 못해도 신선함으로 울림을 줬던 산울림의 펑크 사운드(Punk Sound)에 열광하던 필자에게 수준이 다른 연주와 완숙한 스테이지 매너로 등장한 “사랑과 평화”는 그야말로 혜성이었다. 휴일이면 모노사운드로 나오는 야전(야외전축)을 들고 학교 뒷산에 올라 목이 쉴 만큼 따라 부르며 고성방가를 남발하던 추억이 지금도 새록하다.
고교 시절부터 ‘사랑과 평화’의 뛰어난 음악성에 매료된 필자는 한때 가수 조용필 콘서트를 국내외에서 주관했던 콘서트기획자 조성국을 친구로 둔 덕분에 친구 조성국을 통해 이철호 형님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방송사에서 PD와 쇼 제작자로 활동하던 시절 ‘사랑과 평화’를 무대에 자주 초대할 수 있었다. 지역방송의 열약한 제작환경에서 이들의 무대를 마련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지만 리더인 이철호 형님의 배려와 지금은 고인이 되신 2기 드러머 고 이병일 선배님께서 악기시스템 등을 저렴하게 서울에서 운송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꿈에 그리던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무대 뒷켠에서 연출을 하다가도 ‘사랑과 평화’ 순서가 되면 무대 앞쪽으로 이동하여 음향감독 옆에 붙어서 이들의 환상적인 연주와 노래에 몰두했고 가끔씩 무릎을 꼬집어서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었다. 그토록 그리던 ‘사랑과 평화’를 내가 만든 무대에 올리다니… 스스로 감동했고 방송사의 중역들도 신참인 제가 ‘사랑과 평화’를 섭외해서 무대에 올린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직장에서 저의 주가도 많이 올라서 속으로는 우쭐해지기도 했었기에 지금도 조성국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오늘도 낡은 턴테이블 위에서 ‘사랑과 평화’ 음반을 올린다.
스크래치를 내며 흘러나오는 철호 형님의 목소리가 너무 정겹고 세월이 아쉽다.
바람이 있다면 시간을 멈추고 싶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10년 후에도 우리 철호 형님이 무대에서 여전히 날아 다 니 시 길…
사랑과 평화에 열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