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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라져가는 추석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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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19 16:42
  • 기자명 By. 한은혜 기자
▲ 취재2부 한은혜 기자
매년 추석 연휴를 앞두면 마음이 설렌다.

어린 시절 우리 네 식구는 아버지의 승용차에 짐을 가득 싣고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시골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할머니집에 도착하면 친척들이 한데 모여 집안은 터져나갈 것 같았다. 거실에 옹기종기 이불을 펴고 누워 함께 자고, 놀고 다음날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나눠 먹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렇게 명절을 보냈던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가.

떠들썩한 추석 명절을 기대하며 시골에 전화를 해봤지만 이번 추석은 다들 바빠서 내려오기 힘들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명절을 앞두고 동네 초입에 나붙는 ‘고향을 찾아준 방문객을 환영합니다,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란 현수막이 이제는 무색해지는 시절이 됐다.

코로나19 언택트 명절을 경험하며 추석명절의 의미도 한발 퇴색되고 있다.

수 년 째 이어져왔던 차례를 과감히 가족 캠핑으로 대체하거나 긴 명절 연휴를 이용해 유럽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짧으면 오년 내에 설, 추석 등을 챙길 이가 아무도 없으니 협의 하에 지금부터 미리 없애자는 집안도 있다.

실제 모두투어는 추석 기간 해외 예약률이 전년추석대비 298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1~7월까지 조폐공사의 여권 발급량은 367만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배 증가한 수치다.

명절 연휴, 시골에 아이들의 소리가 끊긴 지는 언제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마을사람들이 소통하던 유일한 공간이던 마을회관 자리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왔다.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풍경이 ‘신풍속도’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년 내에 우리의 미풍양속은 몇 가지가 남아있을는지 새삼 우려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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