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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머님의 간고등어

유한동 NH농협생명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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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8.22 12: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유한동 NH농협생명 대전총국장
반 백 살의 말라가는 눈가에 눈물이 핑 돈다. 저녁 무렵 휴가차 부모님 계신 고향 집에 인사드리러 간 둘째 형님이 전하길,

어머님께서 누가 집에 들어와서 부엌 냉장고에 있던 간고등어 두 마리를 훔쳐 갔다고 하신다 한다. 워낙 없는 집이었으니 뭐든 버리지 못하고 아끼고 재워두시고 꼼꼼하게 챙기시던 젊은 시절의 어머님이셨기에 아주 잠깐은 사실인가 싶기도 했다. 새로 지어드린 큰 집의 단단한 문고리를 열고 차라리 누가 가져갔기를 바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집에, 아버님 나이도 9살이나 낮은 동년배로 아시고 속아 시집왔다 면서도 사형제를 키우시며 잘 자라준 자식들에 감사해 하시고, 아들들이 스스로 알아서 컸다면서 다른 엄마들처럼 해준 게 없고 당신은 밭에서 일만 했다고 늘 미안해하시던 분이다. 밭에서 갓난쟁이를 빨간 고무 다라에 넣어 그늘 밑에 놓고 일하다 와서 마른 젖을 물리고 다시 일하러 갔다 와도 크게 울지도 않고 종일 꼼지락거리며 기특하게 있었다는 말씀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 안부전화마다 당신 자식들 가족에 별일 없기를 늘 바래주시고 소박한 가족사마다 함께 행복해하고 걱정해 주시던 그 팔순에 가까운 왜소한 어머님이다.

치매는 뇌가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 외인에 의해 손상 또는 파괴되어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 기능과 고등 정신 기능이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이다. 암, 심장병, 뇌졸중에 이어 4대 사인으로 불리는 중요한 정신질환이고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환자 수가 무려 89만여 명으로 치매 유병률이 10.4% 수준이며, 치매환자 1인당 직접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 등 연간 관리 비용은 연간 가구 평균 소득의 50% 상당인 2000만 원 내외라는 통계가 있다. 뉴스마다 치매환자 관련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또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니 누구든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된다.

어머님은 아직 치매검사를 안 하신 상황이기에 치매로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언행이 정상적이지 않은 점은 확실하다. 또 그런 모습을 속상해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고령의 아버님을 생각해 보면 안타깝고 무섭고 두려워 눈물이 난다. 제발 가끔 엉뚱한 말씀 하셔도 괜찮으니 더 진행이 안되고 지금 정도만 유지하셔서 늘 말씀하시던 사형제의 빨간 고무 다라 이야기를 백만 번이라도 더 하시며, 이제 시작인 손자 손녀 대소사를 고운 한복 입고 가까이에서 함께 기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애절하고 간절하다.

돌이켜 보면 수년 전 그 사형제가 매달 모으던 부모님 관련 공통비용 통장에 납부금액을 증액해 공동 분담으로 어머님을 피보험자로 하여 치매보험을 가입해 뒀던 게 정말 다행인 듯하다. 가입 당시 피보험자란에 서명하시며 혹시나 치매 걸려도 돈 걱정은 줄겠네 하시며 반가워하시던 어머님 모습이 선하다. 걱정을 덜 하시게 하는 게 또 다른 효도가 아닌가 싶어 형제들에게 건의해 추진했던 일이다. 고령자의 보험료 수준이 상당하기에 자식 중 한 명이 보험료를 부담하기는 버거운 게 사실이고 이런 고민을 글쓴이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형제·자매가 분담하는 형식을 통하면 보험료 부담을 훨씬 덜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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