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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독립서점을 가다 ① 다다르다 "다 다른 사람이 모인 마을 공동체"

책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 공간, 지속가능한 독서 생태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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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8.03 17:11
  • 기자명 By. 윤지현 기자
▲ 다다르다 외부. (사진=윤지현 기자)
▲ 다다르다 외부. (사진=윤지현 기자)

[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서로의 말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부족한 시대다. 읽기보다는 짧은 영상만 골라 보는 시대다. 문화체육부가 '2021 국민독서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 중 1년간 1권 이상 책을 읽은 비율이 47.5%에 그쳤다. 연간 평균 독서량도 4.5권에 불과한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독서문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 서점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다. 온라인 도서와 대형서점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지역 서점이 찾은 돌파구는 '문화콘텐츠' 생산이다. '2022 한국서점 편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독립서점은 815곳으로 전년 대비 70곳 늘었다.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책도 파는 곳으로 문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 서점'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일상 속 '문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지역(독립)서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첫 번째로 소개하는 독립서점은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다다르다'다.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곳은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대표 김준태(성함)·라가찌(닉네임)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사회학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그는 사회문제에 대한 시선과 고민을 책으로 건네고 있다.

이를테면 식물에 관한 책 옆에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도서를 비치하는데, 식물 관련 서적을 보는 이에게 자연스레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1층에서는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고,‘여름’을 주제로 한 도서들이 큐레이션 돼 있다. (사진=윤지현 기자)
▲ 1층에서는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고,‘여름’을 주제로 한 도서들이 큐레이션 돼 있다. (사진=윤지현 기자)

1층에는 여름에 관련된 도서들이 전시돼 있는데, 시즌별로 비치된 책들의 주제가 달라진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음료 등이 판매된다.

2층에는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4000종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구비돼 있다. 이곳에서는 서점원과 작은 대화도 환영이다.

▲ 2층에는 의자와 4000여 종의 책이 준비돼 있다. (사진=윤지현 기자)
▲ 2층에는 의자와 4000여 종의 책이 준비돼 있다. (사진=윤지현 기자)

'큐레이션' '공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독립서점만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스트셀러 대신 서점원이 추천하는 도서 큐레이션을 적극 활용하는 것, 오프라인 공간에서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동 화제가 도출되고 관련 서적으로 귀결된다.

▲ 다다르다가 진행중인‘다다른 북토크’안내물. (사진=윤지현 기자)
▲ 다다르다가 진행중인‘다다른 북토크’안내물. (사진=윤지현 기자)

◇ 느슨하고 단단한 독서공동체

"책을 매개로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실험 중"이라는 다다르다는 폭넓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 구매 시 무료로 멤버십을 가입하면 개인의 '독서 기록'이 생성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북클럽, 북토크 등으로 이어진다.

한 달에 한 권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월간 다다르다',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다다른 토크', 출간 1년을 맞은 도서를 상기시키는 '해피버스데이 북토크', 성차별 없는 콘텐츠를 위해 결성한 '다다르다 여성 FC(축구팀)'등이 그 예다.

참여자들은 주로 대전·충남 주민이지만, 뵙기 어려운 작가의 강연이 열리는 경우 전국 각지에서 방문한다.

현재 다다르다는 1만 2800여 명의 멤버십 회원이 있는 '느슨한 독서 공동체'를,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30여 명의 '단단한 독서 공동체'를 구축했다.

▲ 다다르다만의 시그니처인 영수증 일기. (사진=윤지현 기자)
▲ 다다르다만의 시그니처인 영수증 일기. (사진=윤지현 기자)

◇ 시그니처 영수증 일기

도서 판매보다 커피 구매 비율이 높던, 다다르다는 독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영수증에 좋아하는 문장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또 서점에서 일어난 일들을 짧게 적어 출력했다.

3명의 서점원이 돌아가며 조그마한 영수증에 일기와 좋아하는 문장을 빼곡히 담는다.

사람들의 호응에 7년간 꾸준히 작성된 '영수증 일기'는 다다르다 만의 시그니처가 됐다.

◇ 지속 가능한 독립서점

김 대표는 "출판시장의 70%가 참고서인데, 독립서점들은 이를 판매하지 않아 30%만으로 영업을 해야 한다"며 "그마저도 온라인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점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이 있는데, 온라인과의 경재은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어야 하고, 마음껏 책을 보고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의 특수성 탓에 서점 운영만으로는 사업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10%의 가격경쟁력으로 공간의 존폐를 가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그는 "성심당 인근에 있어 타지역에서 한 달에 5000여 명이 방문한다"며 "이분들이 하루 종일 원도심에서 서점만 여행해도 될 정도의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원도심에 서점 3곳을 임차해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공간인 (현)다다르다는 꾸준한 독서 생활을 권하는 곳으로 다양성을 주제로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책으로 전하는 역할을 ▲두 번째 공간은 창작 공동체로서 꾸준한 창작 생활에 도움이 되는 큐레이션과 글쓰기·독립출판 클래스 프로그램을 ▲세 번째 공간은 취향 공동체로서 북클럽을 넘어 취향을 나누고, 조금 더 깊은 관계를 맺는 커뮤니티를 ▲네 번째 공간은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는 서점으로, 하루 부터 한 달을 빌려 직접 서점을 운영해 보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 다다르다가 진행해온 대전 원도심 아날로그 여행‘시티페스타’(사진=도시여행자 제공)
▲ 다다르다가 진행해온 대전 원도심 아날로그 여행‘시티페스타’(사진=도시여행자 제공)

◇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

12년간 서점을 운영한 김 대표는 서점에 방문했던 중학생이 어른이 되는 것을 지켜봤다.

수도권으로 올라간 친구들이 명절에 내려와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데 '마을 문화회관'이 떠오른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그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잘 먹고 잘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다.

김 대표(라가찌)의 최종목표는 독서·창작·취향 그리고 주거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가치관이나 관심사를 나누고, 나아가 함께 지역사회의 고민을 향유하는 마을을 꿈꾼다.

책과 서점을 매개로 동네마다 즐거운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그가 구상하는 마을 공동체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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