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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주시, 특별재난구역 선포 뒤에 숨지마라

정영순 공주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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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20 13:17
  • 기자명 By. 정영순 기자
▲ 정영순 공주주재 국장

“피땀 흘려 장만한 내가구 당장 돌려놔라”

침수 피해를 당한 공주시 옥룡동 주민들의 원성이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500mm가 넘는 물 폭탄이 덮친 공주시는 곳곳이 아수라장이었다.

금강변 저지대인 옥룡동 일대는 가옥과 상점이 침수돼 수많은 재산피해를 불렀고, 1명의 익사자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 난리통을 ‘천재지변’이라고 인정하지 못한다. 市의 적절치 못한 대응 탓이다.

특히, 극한 호우가 내리는 와중에 홍수위를 조절해야 할 옥룡동 배수장의 수문을 닫아놓으면서 배수장이 도리어 침수피해의 장본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공주시는 대청댐 방류로 금강 수위가 높아져 배수관 문을 닫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집중호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배수장이 전혀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난데없이 내린 비가 아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극한 호우에 대한 예보는 있었다. 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뜻이다.

대청댐 수문 개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강, 정안천, 제민천 등 무수한 지류들, 저지대가 많은 공주는 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제7조 1항에 나오는 말이다.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피상황 발생 시 시민들을 안내해야 할 공무원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상황이 이럴진대 공주시는 오로지 특별재난지역 선포 사실의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재해 발생과 그 과정에서의 대처에 대한 문제는 뒤로하고 재난지역 선포만이 만고의 진리인냥 떠들고 있다. 무슨 큰 유치성과라도 되는 것처럼 특별재난지역 뒤에 몸을 잔뜩 숨기고 있다.

정진석 의원의 옥룡동 방문도 이런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같은 당의 김기현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하자 듣고 있는 시민들에게 “아이고 박수 한 번 쳐주세요”라고 외치며 손뼉을 쳤다. 정치인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정과 중앙정치가 늘 불안한 상황에서, 이런 꼴을 매일 목도하며 심각하게 살다간 혈압이 치솟아 스스로 수명을 단축할 것 같다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 차라리 코미디로 이해하자는 무언의 자포자기, 이게 지금 시민과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이다.

주말에 또 내린다고 하는 비도 무섭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안일한 대처로 시민들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고 있는 공주시 공무원들과 돈으로 불만을 잠재우려는 국가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등장하는 대사다.

최원철 시장이 시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려면 시민이 원하고 갈급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고 대처해야 한다.

거기서 실패하면 ‘3년 후’ 시민들은 최 시장을 더 이상 시장실에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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