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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시 빈곤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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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12 18:46
  • 기자명 By. 유수정 기자
▲ 유수정 취재2부 기자
▲ 유수정 취재2부 기자

가난하다면 도시를 떠나는 편이 낫다는 시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사람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들이 높은 거주비를 감당하지 못해 쪽방촌이나 고시원 등의 열악한 환경으로 몰릴 바에야 도시 바깥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의 빈곤 연구에 따르면 가난은 추가 비용을 치르는데, 이를 도시와 비(非)도시의 관계에 응용하면 비도시 거주자는 상대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본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통은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요소다. 도시 바깥에는 지하철이 없고 버스 대수가 줄어들며 배차간격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동성의 저하는 다른 서비스로의 접근성을 낮추고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양질의 일자리 수와 임금 또한 하락한다. 비도시 거주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감수하거나 도시에서 일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추가로 들여야 한다.

그 외에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가격 경쟁이 하락해 물가가 오르고, 공공서비스가 미흡하거나 감소하는 문제도 있다. 심지어 복지혜택마저 줄어든다.

이와 함께 개인적·사회문화적 이유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거나 도시 인프라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빈곤은 도시 바깥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전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지역 쪽방촌에는 평균 470여가구가 살고 있다.

기존 620여가구에서 150여가구가 쪽방을 떠나 임대주택으로 이주했지만 남은 가구는 여전히 주거취약지역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더 밀려날 곳이 없다.

아직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본격적인 폭염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여름이란 예고된 고통이다. 도시 빈곤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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