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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AI죽이기…미래에서 온 인간들

한보라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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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6.25 14: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보라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인간의 사고는 가히 놀랍다. 생각만으로 시공을 초월해 미래를 그린다. 우리가 현재 사는 이 세상 역시 앞선 누군가 그려낸 미래 속이다. 사고는 그렇듯, 세상을 혁신하고 변화시켜 왔다.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그 산물이 아닌 것들이 없다. 현실이 되기 이전에 앞서 누군가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인간의 사고는 미래이자 누군가의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 산물을 우리는 기술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 인간의 사고가 존재했다. 그렇듯 기술은 우리 사고를 기반으로 편리성과 욕구를 동력으로 계승 발전되어 왔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보다 더 편리해지고 윤택해졌을 뿐만 아니라, 과거 누군가의 사고에 의해 현실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고는 곧 미래임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모든 것은 그렇게 그 명칭이 편리든, 욕구든 간에, 우리의 사고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며, 오랫동안 연마되어 온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산물은 시대와 함께 살아 움직이며, 미래로, 미래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물론 세상은 사고와 필요에 의해서만 창조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라는 시장경제 틀에 갇혀 철저하게 이윤 추구의 원리에 입각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현시대가 갖고 있는 어두운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제아무리 사고적 욕구가 강하더라도 그 틀을 무시하고 실현시킬 수는 없다. 결국, 현실은 사고적 욕구를 기본으로 하되,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의 상호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사고는 자본이라는 가치를 만나 기술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고는 어떠한 옷을 입고 우리 곁에 오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분야별, 계층별, 각양각색의 유무형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AI다. 우리는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며, 그런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 끊임없이 인간을 대체할 무엇인가를 꿈꿨다. 그리고 그 무엇이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AI라는 옷을 입고 우리 곁에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그 실현이 인간의 종말인 것을 알면서도 꿈을 꿔 왔고, 꿈을 꾸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필자의 입장에서 그 괴물과 맞서보려 한다. 필자에게 주어진 무기는 색채에 특화된 뇌와, 달랑 붓 한 자루다. 그리고 30년을 살면서 축적된 인간 감성이 전부다. 그것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소 유치하고 자기중심적일지 모르겠지만, 마음껏 필자가 가진 상상력을 이끌어 내본다. 그리고 1000년, 2000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다양한 AI 탑재 로봇들이 우리 인간을 신처럼 추앙하고 떠받드는 한 폭의 그림을 대중들에게 선사한다. 이것이 필자의 사고다. 그리고 필자는 확신할 수 있다. 필자의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대중들의 욕구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필자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다소 편리성만을 전제로 한 접근성 면에서는 AI에 떨어질지 모르나,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존립에 대한 소통만큼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필자는 혼자가 아닌 80억 인류의 집단지성까지 대변해, 보다 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창작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도구적인 차이일 뿐, 인간의 감성을 표현함에 있어 그 목적은 같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하는 이상, 인간을 배제하고서는 그 무엇도 성립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AI는 물론이고, 그 이상도 그걸 초월할 수는 없다. 거기까지가 우리 인간의 사고이고, 그걸 초월하는 순간, 더이상 세상은 우리 인간이 중심이 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분야를 예로 들어, 현재 AI는 자동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까지 상용화되어, 별다른 그리기 기술이 없이도, 우리가 원하는 그림들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오죽하면 현 인간이 처한 위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결과물만 놓고 봐서는 그 형태적 측면에서 구별하기 어려운 웹툰에서조차, 그 공모전에서 AI를 규제하고 있다. 그만큼 AI가 우리 직업 생태계에 가하는 압박감이 큼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필연적인 현실을 규제로 버틸 수만은 없다. 최소한 필자는 그렇다. 기술은 우리 인간의 욕구를 먹이로 발전했기에 우리가 도망가는 것이 아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대중의 공감을 먹이로 시대를 주도하고 선도해야 할 창작자들이라면 더욱이 그러하다. 그 불안한 시대적 공감까지도 사고로 적용해 우리 창작자들은 미래를 설계하고 인간의 존속성을 희망으로 그려내야만 한다. 설령 AI에 의해 인류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사고는 그것을 뛰어넘어 미래로 이어질 것이기에 말이다.

그러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아무리 AI가 우리의 자리를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기계는 기계일 뿐, 우리 인간의 감성을 재현해 내기에는 그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세상의 중심은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지 직업적인 시대적 유무만 존재할 뿐, 거부하지 말고, 시대를 사는 직업인으로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만드는 세상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인간을 상대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을 위해 현재만 살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에 살지만 미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현재에 있지만, 미래를 보고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원해 그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냈음을 잊지 말자. 미래 그 어떠한 인간 세상도 지금 우리가 꿈꾸지 않으면 오지 않음을 명심하고 필자를 포함에 이 시대 모든 이들이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 ‘두려움은 표출하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라는 무형의 밀실 이론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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