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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수학여행, 코로나19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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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6.15 14: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정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최고 수위인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는 등 사실상 ‘엔데믹’에 돌입하였다. 지난 2020년부터 국무총리가 본부장으로 방역을 총괄했던 범정부 총괄 기구인 중앙재난대책본부도 해체하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11일 동안 17만 6659명, 하루 평균 1만 6060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그리고 12일 0시 기준으로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 수는 3만 4,893명, 누적 확진자는 3,190만 4,667명으로 집계되었다.

코로나19의 일상 회복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수학여행이다. 수학여행은 근대적 교육이 시작된 1900년대 초부터 각급 학교에서 시행되었으며, 광복 후부터 일반화되어 초·중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기관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행해져 왔다. 초·중·고등학교, 대학 등 각급 학교에서 교육적인 활동의 하나로 명승고적 및 역사적·문화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목적지로 정하여, 대략 3일에서 1주일 정도의 기간으로 자동차·기차·선박·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수학여행은 학교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고, 여행 기간 중 교사 및 친구들과 경험과 대화를 통하여 인격적인 성숙을 기할 기회가 된다. 그리고 수학여행을 통하여 형성된 여러 가지 추억은 일생을 두고 잊히지 않는 학창 시절의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급 학교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2년간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작년부터 방역 지침이 일부 완화돼 수학여행을 떠날 수는 있었지만, 실내 마스크를 써야 하고 코로나19의 유행이 반복되면서 대부분 학교가 포기했다. 자녀들의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필자의 첫째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 4월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수학여행지를 선택하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가정통신문에는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제주도, 경주, 부산, 설악산 등 국내 유명 관광지가 나열되어 있었고, 가장 많이 선택한 곳으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였다. 첫째는 제주도를 선택하였고, 같은 반의 학생들도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하여, 결국 수학여행지는 제주도로 선정되었다.

필자는 첫째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니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현장체험학습조차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지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면 비용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수그러들면서 해외여행과 제주도의 여행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제주도의 여행 비용이 많이 올라갔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2박 3일 수학여행 비용으로 학교에서 5천 원이 적은 49만 5천이 책정되었다고 가정통신문이 왔다. 가정통신문에 수학여행의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한 내용은 없었지만, 왕복항공권, 숙소비용, 식비, 체험학습을 위한 입장료, 학교와 공항 그리고 제주도에서 이동을 위한 버스 비용 등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했지만, 비용이 적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학교는 제주도 수학여행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니 이것이 필자의 아이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처럼 보였다.

서울 지역의 고등학교들은 5월 제주도 2박 3일 수학여행 비용으로 1인당 비용을 61~70만 원으로 잡았다고 한다. 이 비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일정에 41만 원으로 약 70%가 올랐다.

수학여행 비용의 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는 교통·숙박 등의 여행 물가와 전세버스 이용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세버스의 경우 이용 비용이 약 30% 이상 올랐고, 코로나19 시기에 전세버스를 운행하던 기사들이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면서 기사가 부족하고, 기름값 상승까지 더해져 비용이 더 오른 것이다.

코로나19의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전국의 많은 학교가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학부모는 수학여행 비용이 많이 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 수련회 이후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중학교 때 가지 못한 수학여행을 고등학교에서 처음 가는 여행이고,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으로 안 보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제주도는 이미 가족 여행 등의 형태로 여러 번 가봤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가는 3년 만의 수학여행이라 가고 싶어 해서 물가가 올라 생활비도 빠듯하지만,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낸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비행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니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수학여행지에서 쓸 용돈도 받는다면 어쩌면 100만 원이 훌쩍 넘어버릴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규제가 풀어진 이 시점에서 우리는 수학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첫째,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만든 수학여행을 갔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수학여행은 관광상품 같은 경우가 많았다. 여행사에서 획일적이고 짜 맞춘 것 같은 수학여행이 아닌 학생들이 생각해서 만든 의미 있는 수학여행을 가야 한다. 둘째, 다양한 수학여행지를 개발해야 한다. 경주, 부산, 제주도, 설악산 외에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과 대화를 통해 인격적인 성숙을 기하고, 일생을 두고 잊히지 않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수학여행지가 필요하다. 셋째, 저소득층의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조가 있어야 한다. 수학여행은 보편 급식처럼 차별이 생기면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제 6월도 중순으로 넘어가고 있고 필자의 대학은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다. 지난 14주 차 강의와 보강을 하면서 느낀 점은 강의실에서 기침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의 특징은 강의 시간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고, 약 20% 정도의 학생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초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해제는 코로나19의 방역 주체가 WHO에서 각국 정부로 넘어갔다는 의미이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라는 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롭게 정의된 용어이고, 과거에 사용했던 팬데믹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용어를 만든 이유는 팬데믹의 경우 선언하기도 힘들지만, 종식을 선포하기는 더욱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데믹 종식이라 하면 마치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났다는 의미로 오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주변에서 감기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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