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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어울림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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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6.12 17: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혜숙 수필가
입구에 들어서니 떠들썩하다. 천변 무대에서는 품바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앉아서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각설이 타령을 듣고 자란 세대들은 새롭게 거듭나는 공연에 넋을 잃고 즐기고 있다.

품바 가락 배우기 코너에도 관광객들과 품바들이 어울려 신명 나는 한마당을 연출한다. 품바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장구를 치고 북을 치며 어깨를 들썩거리는 모습은 한바탕 펼치는 잔치 마당이다.

여기서 들썩 저기도 들썩 역시 잔칫날은 즐거움으로 시끌벅적해서 좋다.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품바들의 해학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관광객들의 웃음이 귀에 걸렸다. 야외음악당과 천변 무대에서 진행된 품바 공연에는 많은 사람이 손뼉도 치고 품바들의 넋두리에 함께 즐거워했다.

자신도 장애가 있으면서 마을을 돌며 밥을 얻어다가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최귀동 할아버지는 거지 성자로 불린다. 그 모습을 본 오웅진 신부님과 최귀동 할아버지의 만남으로 꽃동네가 생겨나고 최귀동 할아버지의 정신을 잇는 축제가 음성 품바 축제다.

자신도 장애로 힘들었을 텐데 나보다 어려운 주변을 살핀 성자의 정신이 바탕이 되어 지역의 작은 축제로 시작해서 문화관광부 축제로 충북의 최우수 축제로 발돋움한 음성 품바 축제.

올해로 24번째가 된 음성 품바 축제가 17일 음성읍 설성공원 일원에서 멋지게 막을 올렸다. 축제가 시작되자 설성공원에서는 9개 읍. 면 주민이 고 최귀동 할아버지가 살던 시절의 어려운 생활상을 담은 품바 움막을 지었다. 그 시절 품바들이 이런 움막에서 지냈을 거라고 상상하게 하는 말 그대로 품바들이 살았던 움막 같다.

올해 축제 동안에는 시간을 내서 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준비해서 축제장으로 향했다. 손녀가 오기 전까지 부스 담당을 하다가 아기가 올 시간 전에 집으로 갔다. 첫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별로 없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많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이번 품바 축제는 ‘품바 젊음을 보듬다.’라는 주제로 키즈 존과 MZ 존을 마련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편하게 함께 할 수 있게 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비보이들의 경연대회도 열렸다. 젊은이들의 춤사위를 본 관광객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잘한다는 칭찬을 하면서 힘차게 손뼉을 친다. 역시 K-POP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실에 부응이라도 하듯 젊은이들의 춤사위는 감탄을 금할 길 없다.

품바왕 선발대회, 품바 공연, 품바 래퍼 경연대회, 전국 길놀이 퍼레이드, 품바 가요제, 천인의 비빔밥, 천인의 엿치기, 추억의 거리, 품바 체험, 건강 나눔 체험관 등 부대행사도 다채롭다.

대학생들이 품바 플래시몹을 할 때는 그 경쾌함에 신이 난 초등학생이 신명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대학생 형 누나들의 춤사위를 따라 한다. 어린아이도 신기한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귀엽다. 대학생들이 하는 플래시몹은 관람객들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게 했다.

축제 때마다 꽃동네에서는 노숙인들을 초청한다. 역병으로 하지 못하다가 올해는 수도권의 노숙자를 초청했다. 거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사랑과 박애 정신을 잇는 축제인 만큼 노숙인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해주었다.

음성 문인협회에서는 교복체험 부스와 품바 의상체험 부스를 맡아서 관광객들에게 체험하게 했다. 관광객들은 찢어진 품바 옷을 입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축제장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비록 하루일지라도 품바를 체험하며 집으로 돌아갔을 때 삶에 도움이 되는 정신적 축제였기를 기대해 봤다.

교복을 입어보면서 어릴 적 껄렁대던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는 내가 그때는 이랬지 하는 어른들을 보니 누구나 학창시절은 그리움인가보다. 가방을 들고 교복을 입은 초로의 노인들이 학생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꿈을 꾼 듯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안고 가길 기원했다.

셋째 날까지는 한산해서 걱정했는데 토요일이 되니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사람에 치여 걷기가 힘들 정도다. 힘은 들어도 많은 관광객이 와서 함께 즐기니 기분은 좋았다.

토요일 저녁 시간에 하는 길 놀이 퍼레이드에 참석하려고 했다. 손녀를 데리고 가야 해서 일찍 가면 아기가 힘들어할까 봐 오후에 갔다. 중간에 아기가 칭얼대면 돌아오리라 마음먹고 출발했는데 얼마나 재미있어하던지 마지막까지 멋지게 마치고 왔다. 아가를 데리고 다녀서 몸은 피곤해도 작은 힘이나마 축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것에 자부심이 인다.

해마다 발전하는 축제가 되어 봉사자의 한사람으로 자랑스러웠다. 천변에 만들어진 추억의 거리는 작년까지만 해도 어수선했는데 깨끗해졌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 고품격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먹거리 거리도 축제장 주변과 거리를 두어서인지 오로지 축제를 감상할 수 있었다.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니 점점 젊어지는 축제가 된 것 같다.

음성 품바 축제는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정신문화축제이다. 군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뤄낸 축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하는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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