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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교육을 통한 혁신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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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6.01 12: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말이다. 오늘날처럼 새로움 추구가 유행이 된 시대도 없을 것이다. 새로움은 결국 지난날을 복습하는 과정에서 생겨남을 마음에 새기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60~7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화 동력은 무엇이었는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같은 걸출한 인물들이 있어 가능했다는 인물론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 당시 세계 경제환경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까지 다양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이런 주장에는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틀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걸출한 경제인은 모두 있으며,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여 나라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국가 지도자 또한 있다. 더욱이 60~70년대 세계 경제성장 흐름에 편승한 나라 또한 우리나라만 있었던 것 또한 아니니 말이다.

대학을 지칭하는 상아탑이 우골탑으로 불리 운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불리고 있다. 소의 뼈로 쌓아 올린 탑을 의미하는 우골탑은 그 가난하던 시절 1호 재산인 소를 팔아 자식 대학 공부에 쏟아부은 우리 부모님들의 교육열을 의미한다. 60~70년대 농업시대에서 소는 집안의 핵심 자산이었다. 소는 농사를 짓는 데 결정적인 도구였으며, 자식 결혼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실천하는 밑천으로 한 집안의 재산목록 1호였다. 그런 소를 자식 공부에 아낌없이 제공하는 모습은 아마도 자식을 공부로써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부모의 소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집이 공부에 대한 경쟁은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만들어 냈고 이들은 산업화를 이룬 주역으로 성장했고 지금의 우리나라 산업화 경쟁력을 이룩한 주인공들이었다.

오늘날은 산업화 주인공들의 손자와 손녀가 20대를 이루며 세상의 중심인 시대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공부, 학업 및 학력으로 개인, 조직 및 국가 경쟁력을 지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의구심이 든다. 2022년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89조 6000억원 규모이며 이에 더해 가정마다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하는 금액을 총합하면 약 26조라 알려졌다. 100조가 넘는 비용이 교육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비 규모에 걸맞은 교육 경쟁력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금도 공부에 대한 경쟁은 있지만, 과연 공부를 통해 개인의 경쟁력, 조직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으로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오늘날 입시는 의대로 시작해 의대로 끝난다. 의대 입학을 위해 재수, 삼수하는 우리의 현실은 의학 분야의 발전이라는 명분은 뒤로한 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정년 없이 나이 들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으로서의 의미만 남아있는 천박한 자본주의 모습 그 자체인 것이다. 이를 두고 경쟁력을 운운하는 일은 한심하지 않은가.

교육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해결할 방안이 있다. 경쟁을 국내가 아닌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비율이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외국의 유명 대학들과 교류하고 있다. 교환학생이라는 유학프로그램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나도 가야지’ 하는 꿈을 꾼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교환학생 규모는 약 1만 5천으로 이 중 약 1만 명은 우리나라가 보내는 교환학생이고, 약 5천 명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교환학생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한참 전 일본 아키타 지역의 ‘국제교양대학’이라는 대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대학은 캠퍼스 내에서 오로지 영어만을 사용해야 하고 대학 3학년 때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해외 자매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유학하러 가야 한다. 방문한 그 나라의 현지 사정을 이해하고 친구를 사귀는 등 언어능력과 국제감각을 기르는 것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참고로 이 대학의 취업률은 말할 것도 없이 매년 100%를 달성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고등학생들은 원하면 100%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다소 과장되지만, 지방대학교는 원서만 내면 합격을 보장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결과적으로 졸업생이 보유한 역량의 수준이 될 것이다. 아무리 수능등급이 낮은 학생이라 해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넘치도록 배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를 대학은 교양과 전공이라는 영역에서 관리하고 새로움을 더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면서 국내 경쟁이 아닌 글로벌 경쟁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운영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새롭게 단장하여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인재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취·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대학과 연계하여 진행한다면 골치 아픈 다양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재산목록 1호인 소는 아니지만, 이를 웃도는 막대한 투자를 자식 공부에 쏟아붓고 있다. 자식을 위한 투자가 비용이 되지 않도록 교육을 통한 혁신을 실천하는 사회 및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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