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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의병을 기억한다”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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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5.22 13: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최근 인생 드라마가 생겼다. 드라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인생 드라마라고 부를만큼 감명을 받았던 적은 없었던 필자에게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드라마가 생긴 것이다. 바로 2018년 방영했던 '미스터 션샤인'이다. 짧은 영상으로 접해 본 적은 있지만 첫 화부터 집중해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르는 게 당연했다. 무료했던 어느 날, 새롭게 올라온 드라마나 영화가 있을까? 하며 들어간 OTT 플랫폼에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가 보였고, 그때부터 재생하기만 하면 시간이 삭제된 듯 빠르게 지나가 마지막 화까지는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다 볼 수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20세기 초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의병’의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다.
어느 역사 드라마가 그렇듯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된 이야기이면서 일부 가상의 단체와 인물을 다루었지만 혼란하고 위태롭던 시대에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희생하셨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어 보는 내내 가슴을 뜨겁게도, 아프게도 하였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문화를 잃고, 모든 걸 잃어가던 환란의 시대. 뼈아픈 한국 역사를 어릴 적부터 교과서와 각종 매체를 통해 배우고 접하여 모를 리 없었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과 다시금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분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병이란 나라가 외적의 침입으로 위급할 때 민중이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외적에 대항하여 싸운 영웅을 말한다. 의병의 활동은 특히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에 가장 활발했다. 임진왜란 때의 진주성 전투, 정암진전투 등과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의 원인이 된 을미의병, 1907년 헤이그 특사 사건으로 인한 고종의 퇴위와 군대 해산의 원인이 된 정미의병 등 많은 사건을 겪으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병운동은 더욱 활발해져갔다. 충청권에서도 예외 없이 이어졌는데, 그중 강렬한 반침략 무장투쟁을 전개하여 타 지역 의병 봉기에 영향을 끼쳤던 1906년 3월 홍주성 전투를 치른 병오홍주의병이 있다. 홍주의병을 봉기하였던 세력인 안병찬, 채광묵, 박창로, 이세영 등은 을사늑약의 소식을 듣고 전 참판 민종식을 찾아가 총수의 책임을 맡아 달라고 청하였고 그는 기꺼이 수락하였다. 그 이후 예산 광시에서 의진을 편성하여 홍주성을 공격하였는데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관군과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해산 되고 만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재기를 도모해 병오홍주의병은 남포 전투에서 승리한 후 홍주성을 공격하여 함락하였고 몇 차례 일본 경찰과 헌병대의 공격에도 꿋꿋이 홍주성을 지켰다. 이것을 본 이토 히로부미는 의병 측으로 기세가 유리하게 전개되자 군대를 파견하여 다시 홍주성에서 혈전이 시작되었다. 홍주의병은 치열한 시가전을 감행하였으나 결국 일본군에게 밀려 많은 사상자를 내며 성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항일 운동가 이남규 선생의 도움으로 재기를 도모하였는데 이마저도 밀고로 인해 무산되고야 만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우리의 영웅들은 의병투쟁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일제는 불안감을 느껴 감시와 학대가 나날이 심해져 갔지만 그럼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끝까지 맞서 싸웠다. 이러한 의병 정신은 상해 의거를 단행한 매헌 윤봉길 의사와 같은 독립군과 광복군으로 이어져 독립투쟁을 이어나가는데 큰 기여를 하여 역사적으로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국 보훈의 달 첫째 날인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의병의 역사적 가치를 일깨워 애국정신을 계승하고자 2010년부터 '의병의 날'로 제정·공포하였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는 매년 공모를 통해 개최지를 선정하는데, 올해에는 홍주 의병의 발원지이자 종결지로, 홍주 의병 중심지로 역사적 상징성과 홍주 의병의 선봉장인 이남규 선생의 고택과 수당 기념관, 연암 최익현 선생 묘소 등 다양한 의병 관련 유적 및 사료 보유로 의병과의 관련성을 인정받아 충남 예산이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예산 충의사에서 개최되는 의병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의병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애국정신을 기리는 의미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나도 꽃으로 살고있오, 다만 나는 불꽃이요,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드라마 속 대사처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은 의병이란 고귀한 이름의 영웅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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