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再)라는 말은 낱말 앞에 붙어 ‘거듭, 다시, 또’라는 의미를 첨가하여 ‘재활용’, ‘재사용’, ‘재검토’, ‘재교육’, ‘재시험’ 등 약간 강조의 듯이 되기도 한다. 영어의 re와 같다. 재건의 영어 단어는 reconstruction이다. construction(건설, 건조, 건축, 구성)에 re(다시, 반복, 강조, 되, 서로, 반대, 뒤, 비밀, 격리, 가버린, 아래의, 많은, 아닌)가 붙은 말이다. 이 re가 단어의 앞에 붙으면 다시, 반복 등의 뜻이 된다. remodeling(낡은 건축물을 골조는 그대로 둔 채 배관·설비·마감재 따위를 완전히 교체하여 고치는 일), reset(작동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작동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 기억 장치나 계수기, 레지스터 따위를 영(零)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 등 이제는 일상용어가 된지 오래이다.
기원전 5 세기 경 유대 민족은 바빌론으로 포로로 잡혀갔으나 후에 페르시아 왕의 허락으로 환국하여 예루살렘의 성전을 재건(에스라 3:8)하고 종교 개혁에 힘쓴 이야기가 구약성경 「에스라」서이다. 그래서 재건이라는 말은 옛 일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새로운 결단을 보여주는 말이 된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려는데 바닥이 온통 잡쓰레기로 널려있었다.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옆집이 리모델 공사한다’며 ‘우리집도 거실 리모델(remodeling)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살아 가는데 불편하면 해야겠지만, 좀 오래된 아파트는 리모델도 유행처럼 번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옆집이 아래층이, 위층이 공사를 하면 내 집만 안 할 수 없는 자존심(?)의 대결이 되는 듯하다.
리모델은 그렇다 치고, 일상 생활용품이 된 스마트폰의 사용도 그렇다. 가끔은 오작동이 생기고, 속도도 떨어진 듯하고 통화가 끊기거나 잡음이 나는 경우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알아보면 ‘reset’하라거나 ‘rebooting’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단어가 익숙치 않아 되묻기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면 웬지 기기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진다. 스마트폰이 현대 산업의 산물이기에 알맞은 우리 말이 없기도 하겠지만. 리모델, 리셋, 리부팅은 나에게는 아직도 낯설은 외래어이다.
어쨋던 covid19도 그 세력이 약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vaccine접종으로 면역력을 갖게 되어 3년 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학교, 회사, 공연장, 경기장 등에서 점차 대면 행사가 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도 ‘다시 친숙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생활로 회복되어 가는 것 같다. 이웃을 만나고, 함께 웃고, 다시 함께 손을 맞잡는 생활(reliving)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면(對面)만이 아닌 대심(對心)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재건만이 아니라 정을 나누고 마음을 함께하는 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에스라는 허물어진 성전을 재건하면서 상실된 하나님에게로의 신앙심을 일으켜 세우는 종교개혁도 함께 했다. 오히려 에스라의 성전 재건 운동은 그 성전 재건이 목적이 아니라 나태하고 피폐해진 신앙심을 돋구고 열정을 갖게 하는 데 목적을 두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재건합시다’는 어려운 살림살이를 벗어나 ‘잘 살아보자‘라는 새마을 운동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경제 강국이 된 주춧돌이 된 것은 아닐는지. 신록이 우거지는 가정의 달 5월이다. 푸르러 가는 초목들처럼 우리들 삶이 윤택하고 푸르러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