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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봄의 단상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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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4.23 13: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봄은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따스함으로 새롭게 마음 깊이 다가온다. 주위가 온통 푸른 연잎으로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땅속에 뿌리 내린 식물들 잎 떨군 나무들이 새 힘을 얻어 소생하는 모습들이 신비롭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움츠렸던 삶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물들처럼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핀다. 이웃과 함께 담소하며 즐기는 환호 소리는 새싹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마침 학교시설 안전 인증 심사로 청주 S유치원을 방문했다. ‘유치원의 힘’은 아이가 만나는 최초의 사회이자 자존감의 바탕이 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접 탐구를 하고 있다. 꿈 가득, 사랑 가득, 행복한 유치원의 이미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유아들이 건강하게 새싹을 틔울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더욱이 자기 주도적인 성장을 돕는 선생님들이 사랑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유익한 정보와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며 “신나는 유치원, 행복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본원 K 운영위원장은 원아들이 줄지어 나가는데 한 유아를 가리키며 열한 번째 딸이라고 한다. 내 표정이 아니다 싶은지 다섯 살 친딸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냐며 반겼더니 말문이 열렸다. 스물둘에 결혼하여 11남매를 두었는데 큰아들이 스물아홉 살이라고 한다. 결혼도 미루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율이 저조한 세태에 열한 명의 자녀를 둔 그가 크게 보였다. 육아며 교육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담담한 표정이다. 학원은 보내지 않았고 자녀들 서로가 돌봐주며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많이 싸우기도 하고, 집안이 시끌시끌하지만 그러면서 아이들은 성장하지 않느냐고 여유를 보인다. 아파트에 살면 이웃에 피해가 될 것 같아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고도 했다.

심사를 마치고 귀가해서도 솟구치는 마음을 진정치 못했다. 각고의 헌신과 교육 사랑이 돋보이는 K 위원장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다.

삼사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기조는 산아제한이어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것이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였다. 자식을 많이 낳은 사람은 미개인 취급 받기가 일쑤였던 것이 이제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아이를 못 낳게 하려고 포경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 중 잔여기간을 면제해주기도 해서 포경수술을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도 꽤 많아질 정도였다. 그때가 그립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졌던 교육을 회복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하지만 전국 초등학교 중 신입생이 ‘0명’인 학교가 131교, ‘1명’인 학교도 125교나 된다니 마음이 무겁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인구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치로 심각성을 더해준다.

우리나라가 설상가상으로 인구 폭탄을 맞았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의 석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에서 ‘인구소멸국가’ 제1호로 한국을 지목했다. 일른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도 한국은 3세대 안에 인구가 붕괴하여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라고 했다. 이미 2020년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약세전환 지표(Dead cross)를 거쳤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절벽은 현재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우리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시골이나 주요 도시를 막론하고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폐원되고 학교가 폐교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미래 교육정책에 대한 지자체 차원에서 심도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절벽의 문제는 위기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파생되는 사회문제이며 현실이다. 향후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경기 장기침체의 경고음이기도 하다. 올해 서울에서도 초등학교 1곳이 폐교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충청권은 도미노 현상으로 더욱 심화하는 상황이다.

또한 입학자원 감소는 대학 운영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전문대학이나 지방대학 중 상위권이 아닌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폐교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 문제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 고등교육의 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정부에서는 대학평가와 재정 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지역혁신중심대학 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계획을 발표하며 인구감소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재정 지원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코자 추진하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의 교육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지자체는 지역의 소규모 학교나 학생 수 감소를 겪고 있는 학교를 특색이 있는 다양한 학교로 탈바꿈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명품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다. 소위 ‘강남 8학군’이라는 명칭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환경’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현재의 교육과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는 학교가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변화는 많았으나 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은 더디게 진행되어왔다. 교육제도에 대한 빈번한 변화는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우리나라 학교 현장의 모습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지자체 차원을 넘어선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교육과정 속에서 지속할 수 있는 고등교육과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함께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의 지역혁신중심대학 지원체계 구축에 대한 계획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이 위기의 순간을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새로운 교육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만물이 생동하는 초록빛 자연에 움트는 새싹처럼 열한 자녀를 둔 가슴 뭉클한 우리 새싹들의 향연이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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