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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문(新聞) 스크랩과 인생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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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3.24 10: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신문의 한 부는 역사의 기록이며 산 증거라는 것을 실감한다.”는 필자는 53년간을 신문 스크랩해 왔다.

1970년 4월 24일 금요일자 D일보에서 ‘봄비 맞으며 첫 모내기’를 공주군 계룡면 소학리에서 했다는 기사를 보고 첫 모내기 소식이 하도 신기해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하루 일과를 신문을 읽고, 중요한 기사에 대해 스크랩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우리가 살면서 한 가지 일이나 방향에만 전념하는 사람을 일컬어 ‘외골수’라는 표현을 쓴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아침에 못 보고 미뤄뒀다가 그 일을 마치고 나면 밤 1시고 2시에 일어나서 반드시 신문을 보며 스크랩을 했다.

오랜 시간 만큼 방대한 분량의 스크랩을 했지만 남의 집에 세를 살면서 부족한 보관 장소와 무려 열여섯 번의 이사 등으로 아쉽게도 많은 분량을 버려야만 했다. 그리고 1989년부터는 스크랩한 것을 고향인 태안군 남면 생강 굴에 보관했다가 생강 굴이 폐쇄되는 바람에 많은 양이 소실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사건 사고 들을 스크랩했다. 예를 들면 한동안 기승을 부렸던 부녀자 인신매매 사건, 사이비종교 사건, 현대판 고려장 등등 그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는 사건들을 스크랩했다.

그 후로는 전국 곳곳의 사진을 담은 관광 사진, 칼럼, 수필, 지역 소식, 단체장들의 관련 기사를 주제별로 따로 모으고 있다.

심지어 1971년 1월 29일 D일보 신문에 난 영화 ‘13인의 무사(武士)’란 프로 광고를 스크랩한 뒤 동생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서 하루 종일 본 기억도 있다.

이렇게 신문을 좋아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논에서 공손히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보고 ‘가을 하늘은’ 이라는 시를 썼는데 그 시가 ‘새 벗’이라는 어린이 신문에 실려서 신문을 좋아하게 되었다.

가끔 수십 년 동안 스크랩한 것을 넘겨 볼 때면 나만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인 것 같아 앞으로도 신문 스크랩은 계속될 것 같다.

오랫동안 신문을 보면서 오롯이 전해지는 정보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나의 생각도 신문사에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독자 투고도 많이 했다.

34년의 공직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 두 딸이 대학에 가고, 시집가던 날들의 이야기 등 살아온 이야기를 신문사에 많이 투고했다. 이렇게 신문사에 투고한 내용을 모아 ‘하늘엔 청운이’라는 수필집도 낸 바가 있다.

그밖에도 매일 일기 및 전화 일기를 써서 하루를 명확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전화 일기 외에도 자동차와 관련된 내용을 적은 차계부도 쓰고 가정사의 가계부도 쓴다. 이렇게 전화 일기를 쓰면 하루가 명확해진다. 사람들과 약속한 것도 잊지 않고 지킬 수 있어 정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일기는 고독한 사람의 마음의 친구이며 위로의 손길이자, 또한 의사다.”라고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은 갈파했다.

사람이 생을 영위하면서 일기가 이토록 필요한 것임을 얘기한 것이다.

그러나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평생 각종 우표. 화폐. 전화 카드. 신용 카드. 명함을 모으고, 스크랩하고 전화 일기를 쓴다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이야기와 정보, 소소한 행복을 공유하는 일들로 2월 2일에는 공영방송 「소소공방」이란 T.V 프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참으로 나로서는 크나 큰 영광이었다.

기록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먼저 산 사람들이 후대에 남겨주는 유산,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남겨놓은 소중한 마음들일 것이다.

옛말에 “담론(談論)은 기지(機智)있는 사람을 만들고 기록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첫날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반복되는 생활을 좀 더 열심히 보람있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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