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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AI와의 아름다운 공존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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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2.20 16: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어릴 적 친구들과 “물도 사 먹어야 하고, 전화도 길을 걸으며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해”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그런 날이 올까? 거짓말 같아”라며 웃어넘겼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아 그 말처럼 마트, 슈퍼, 편의점 등에서 물을 사 먹게 되었고,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 은행 업무 등 다양한 일들을 핸드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 요즘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로 실생활에서 편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박물관의 해설 도우미, 식당에서는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 인공지능스피커는 IPTV와 연결하여 검색, 명령을 할 수 있어 생활의 편리함을 주고 있다. gpt-3라는 언어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문장 생성을 하여 글을 쓰기도 한다. 그 하나의 예로 사피엔스를 출간한 저자 유발 하라리가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인공지능이 글쓰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실험을 하였다.

유발 하라리의 책, 논문, 인터뷰 등의 데이터를 모아 하라리의 스타일로 인공지능이 서문을 작성하였고 그 결과 하라리도 놀랄 만큼의 글을 작성하였다고 한다. 또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텍스트로 된 설명문을 입력하면 단 몇 초 만에 미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도 있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은 음악 분야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음악을 창작할 때에 필요한 악기들을 실제 연주한 악기가 아닌 가상악기로 사용할 수 있는 일은 오래된 일이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드럼, 베이스, 피아노는 물론이고, 서양악기와 국악기까지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 목소리 데이터를 학습해 그 가수가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며 인공지능이 작곡을 하기도 한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음악 데이터를 교육받아 간단한 명령에 음악을 생성해 주는 ‘AI 작곡가 이 봄’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음악적 지식이 많지 않아도 원하는 코드(chord)를 입력만 하면 멜로디를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로 사람을 대신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음악을 하고 있는 필자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면 이러한 기술에 감탄하며 편리함을 느끼고 살고 있지만, 사람의 감성이 필요한 창작 부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대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에게는 불완전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컴퓨터에 있는 모든 데이터들을 수집해 교육하는 인공지능은 다양한 것들을 구상할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창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변수를 가장한 데이터의 결과물은 나올 수 있고 음, 박자 심지어 바이브레이션 그루브까지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해도 ‘메타인지’로 매 순간의 감정들이 표현되고 유지되어온 혼과 정신을 대변할 수 있을까?

실수로 떨어뜨린 물감이 예술로 승화되고, 맞지 않은 문장으로 쓰인 글이 새로운 의미로 표현되어 감동을 주고, 노래 또는 연주를 하다가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넣으며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게 되는 이 모든 것들이 같지만 다르게 표현되어 하나의 역사로 탄생하는 것처럼 불완전함들이 모여 완전을 이루어내는 묘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인공지능의 부족함이다.

우리는 과거 기계가 도입되었을 때처럼, 컴퓨터가 도입되었을 때처럼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지식을 채우고,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나날이 더 발전하며 생겨나는 우려와 고충들의 절충점을 찾아 사람과 인공지능 기술의 좋은 시너지가 발현되길 원한다.

올바른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 불완전함을 미학으로 인지하는 것은 오롯이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요하고 필수이지만 분명한 건 발전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공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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