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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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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2.19 13: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부끄러움은 여러 가지 감정 중 하나로 어떤 잘못을 저질러 큰 망신을 당했거나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혐오감이나 짜증을 느꼈거나 주어진 일을 못 해 본인에게 양심에 가책을 느끼던가 떳떳지 못한 것 또는 숫기가 부족해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못 하거나 어색한 것을 말한다.

보편적으로 부끄러운 감정을 느낄 때 얼굴이 빨개지는데, 그 이유는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얼굴의 피부 혈관이 이완되어 혈액량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양 볼의 피부가 자주 붉게 변하는데, 이는 다른 부위보다 혈관 분포가 더 많고 피부가 얇아 잘 비쳐서 그렇다.

하멜이 ‘하멜표류기’에서 조선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였다. ‘조선 사람은 도둑질을 잘하고,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잘한다. 그래서 조선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르던 나라,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동방의 횃불’이라 추앙했던 나라가 하멜의 눈에는 처참한 비굴한 나라였던 것이다.

이순(耳順)이 넘은 이 나이에 하멜의 일침이 머리에 쟁쟁하다. 얼마나 더 부끄러움을 감추고 이 세상을 살아야 하나!
부끄러움의 자정능력을 상실한 나의 시대. 그 낯 뜨거운 자화상을 보면서 젊은 날 나로 인하여 상처받고 힘들어했던 부모님의 한숨이 다시 겹쳐진다. 나이 차가 있는 결혼을 참으로 반대하셨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나의 성격으로 학교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교수의 길을 한편으로는 대견해하셨지만 반대하셨다.

부모님이 우려하셨던 부분은 사실이었다. 학교생활이 그리 편안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민낯과 부끄러움을 감추고 살아가는 이곳, 내 인생 갈등의 축이 존재하는 곳, 정치판과 똑같은 부끄러움의 자정능력을 상실한 공간이다.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두가 초조하고, 불안하고, 갈수록 혼미한 늪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의 목탁을 자칭하던 나의 자존심이 스스로 재갈을 물고 사회적 앵무새 노릇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도 위대한 갑질의 전형을 단박에 능지처참하지 못하고 미적대고 있다.

사실 인간은 선악과를 먹고서 부끄러움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표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부끄러움의 치료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부끄러움들을 점점 더 흐리게 만들어주고 망각의 공간으로 이동시켜준다.

부끄러운 짓을 할 때 귀가 빨개지는 것은 사람을 존중하는 상호작용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승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소중한 이유는 자신의 허물, 즉 이중성을 알아차려야만 느낄 수 있는 수치심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은 부끄러움에 대해 가르쳐야 하고 우리는 그 부끄러움을 배워야 한다.

마크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수치심과 죄의식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마음의 기둥이요, 부끄러움이란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하였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죄짓지 않는 비결이다.

다윗왕도 부하의 아내를 탐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나 그런데도 위대한 왕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진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과 부끄러움이 없도록 산다는 것은 사람됨의 기본이며 전부이다.

남은 학교생활은 사소한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부끄러움을 알고 그 부끄러움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가장 인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는 일에 기꺼운 맘으로 동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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