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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 인생의 철학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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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1.15 14: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20대 내 삶의 철학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 듣고 살진 말자는 것이었다. 각자의 삶에는 목표가 있고 생긴 모습도 다 다르다. 그러기에 상대방이 어떻게 살던 내가 걱정할 이유도 염려해 줄 이유도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사랑하는 내 자식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도 책임질 수도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뭔가 특별해야 하고 특출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상황을 연출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준은 다른 것이다. 60대 내 삶의 철학은 이러하다.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경쟁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니 다른 이의 인생을 따라갈 이유도 따라갈 필요 없이 그저 자기 주관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결과는 나의 선택의 결과라서 좋았다. 그 이유는 나의 철학이 죄책감도, 원망도, 자유도, 행복도, 실망도 모두가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가치관과 철학은 최소한 내 마음의 영역 안에 있기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 삶의 영역 안에서 복잡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었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는데 어리석은 시간을 많이 쏟아부었고 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잠깐이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상대방 탓 하려는 마음 내려놓고 나를 돌이켜 보는 연습으로 내 인생의 작은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연생 인연멸(因緣生 因緣滅)이라. 내가 한대로 받음이니 남 탓할 것 없음이다’하였다.

오프라 윈프리는 2013년 하버드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실패라는 것은 없다. 실패는 인생이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이 말은 오프라 윈프리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오프라 윈프리의 삶 안에서 경험하는 에피소드가 오프라 윈프리 인생의 방향을 새롭게 바꾸는 변곡점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자는 ‘좁은 연못의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고, 여름 한 철 사는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새삼 도덕경의 이 구절이 내 삶 전체를 정리하였고 내 인생의 철학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내가 나의 눈으로만 보면 절대 밝은 것을 볼 수가 없으며(自見者不明), 내가 항상 옳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절대로 성대하게 될 수 없고(自是者不彰), 내가 잘했다고 떠벌리는 순간 공은 없어진다(自伐者無功). 그리고 내가 잘났어 하는 자는 곧 우두머리에서 잘려버린다(自矜者不長).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아직도 온전한 나의 인생은 온데간데없고, 주위 시선과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희망을 바라본다. 사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생활방식이 다르듯 세상의 기준이란 것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 각자의 세월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어서 구름과 바람처럼 어울려 세상을 사랑하며 각자의 인생을 토닥이며 살아가면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세상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고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의 색깔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지금이다. 하지만 상처 잎은 꽃도 꽃이요, 비바람에 흔들리는 꽃도 꽃이라고 했다.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고난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겉으로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어쩌면 말 못 할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때 잘나가던 사람도 한순간에 다 무너져 내릴 수도 있으며 그런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따뜻한 나만의 인생철학일 것이다.

살다 보니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 또한 우리가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시점이 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삶으로부터 주어진 선물은 누군가에게 시간과 마음을 준다는 것이고 어쩌면 그 사람의 인생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선물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사람에게만 그다음 더 큰 선물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서 2023년을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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