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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과이불개(過而不改)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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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1.11 13: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교수신문은 “교수들이 2022년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고 밝혔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 잘못을 고치지 않는 그것이 진짜 잘못(過而不改 是謂過矣)이라는 공자의 말을 추천한 이유는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더 큰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잘못(過)을 고쳐서(改) 좋은(善) 쪽으로 옮겨간(遷) 사례가 여럿 있었다. 성군(聖君)으로 알려진 세종 역시 잘못한 일이 많았다. 세종이 잘못해서 후회한다고 말한 기록만도 『세종실록』에 10여 차례 이상 나온다. -교수신문 2022. 12. 11>

우리 정치 현실을 한마디로 요약한 이 말은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온다. 위령공 편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며 제시하고 있다.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소인배이다. 그래서 증자(曾子)는 ‘하루 세 번 자신을 살피고 반성한다’고 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3장 1절~11절에는 세례요한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라고 외치고 있다. Socrates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했다. 자라면서 학교에서, 군(軍)에서, 직장에서 잘못함에 대한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다. 그 잘못을 잘못이라고 판단되면 고쳐가며 사는 것 보통의 삶이다. 증자 같은 성인도 하루에 세 번 자신을 살펴 반성한다고 했으니 우리 같은 서민은 매시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2020년의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다. 2021년은 ‘묘서동처’(猫鼠同處 : 도둑 잡는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이다. 어쩌면 3년을 이어 올해의 과이불개가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가 하면 잘못이고 내가 하면 옳다는 말은 곧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나는 잘못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JTBC 교통 공익 버라이어티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 ‘한블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교통안전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한문철 변호사와 출연자들의 진행이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준다. 그런데 가끔 보여주는 블랙박스 영상에는 불법 끼어들기와 유턴 등 잘못을 하고도 오히려 피해 차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운전자들이 있다. 며칠 전 본 영상에는 ‘낫’, ‘야구방망이’ 같은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장면도 보았다. 적반하장(賊反荷杖 : 도둑놈이 ‘매=포졸들의 육모방망이’를 든다)도 이 정도 하면 할 말을 잊게 한다. 이런 모습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심리적 이상행동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성을 하지 않음은 오만(傲慢 :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이다. 오만해지면 남의 말(충고, 건의 등)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방만(放漫 :맺고 끊는 데가 없이 제멋대로 풀어짐) 해진다. 우리는 뉴스에서 실수나 잘못을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변명이나 막무가내로 우기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곤 한다. 편견(偏見)된 모습을 보면서 불편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한마디 사과하면 될 것을…

2023년 새해가 됐다. 지난해는 정권이 바뀌고, 물가는 오르고, 수해에 마음 아팠고, 북한은 미사일을 시도 때도 없이 쏴대고, 이태원 사태로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제 토끼해라는 계묘(癸卯)년, 해마다 연초면 그해의 지지(地支)를 갖고 좋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올해는 토끼이고 그중에 계(癸)가 흑(黑)이라 검은 토끼의 해란다. 토기의 민첩함, 다산, 지혜, 성공 등의 의미가 그대로 이루어져 경제가 안정되고, 잘못을 고쳐가면서 국민의 삶이 풍요롭도록 이끌어 주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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