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만 뽑는 소선거구제와는 여러 차이점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떼면서 이 현안이 정치권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에 동참해 “승자 독식 선거 제도로 정치권 대립과 갈등이 증폭된다는 비판이 많다”며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다.
이는 ‘소선거구제 폐단’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작금의 정치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선거구제는 전통적인 중대선거구제와는 상이하다.
지역에 따라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기도 하고,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 3~4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혼합 방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정치를 독식화시킨 기존의 불합리한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제는 선거구제를 바꾸려면 총선 예정일 1년 전까지가 법정 기한이어서 올 4월 10일이 데드라인이다.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복잡하고,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장은 2월 중순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의원 300명이 참석하는 전원회의에 부치겠다고 했다.
소선거구제의 단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첫 번째가 과다한 사표다.
전문성이나 도덕성이 아무리 좋아도 1표 차로 2등이면 떨어진다.
거대 양당에만 우호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군소 정당이 난립하게 되는 중대선거구제는 그 소수 정당이 선거 후 양당에 흡수돼 결국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는 지역 구도를 심화시킨 지 오래다.
전라도는 민주당이 꽂은 ‘막대기’들이 다 차지하고, 경상도는 보수 정당이 휩쓴다.
그렇다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를 하면 이런 문제가 간단히 해소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선거구제로 2등 했던 후보가 중대선거구제에서 2등이되 당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건 난센스이다.
행여 꼼수를 피하고자 호남 대부분과 경상도 다수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수도권이나 충청, 강원에서만 주로 중대선거구제 전환이 많이 이뤄진다면 이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현역의원 심판기회를 잃게 되는 치명적 결함과 다를 바 없다.
선진국들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판의 명료성이다.
잘한 쪽이 이기고 못한 쪽이 지는 것이다.
잘하건 못하건 동반 당선되는 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 구도 심화도 그 심판의 일부로 간주한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국정 중간평가이기도 하지만 그간 알게 모르게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일부 금배지들의 심판이기도 하다.
최악의 진영 대결이 될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작금의 여론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야 없이 조속히 논의를 이어 가야 하는 이유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중·대선거구제 수용 여부는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거는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결코, 이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기존 정치의 오랜 관행 타파와 질적 향상을 책임져야 할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