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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아따!! 참말로…!!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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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2.20 14: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어느 날 어느 선 술집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은 무슨 일 인가하고 주의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사람이 말하기를 ‘그 산은 바위도 많고 길도 가팔라서 올라가기가 영 어렵다니까 그러네….’ 다른 사람이 맞대응해서 말을 하기를 ‘아니야 그 산은 전혀 가파르지도 않고 그냥 쉬엄쉬엄 올라가면 된다니까 그러네!!’라고 하며 서로의 주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박박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출가한 송광사는 전남 순천에 있는 절로서 그 뒷산은 조계산이라는 산이고 그 산에는 송광사뿐만 아니라 선암사라는 절이 산 너머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절이 묘하게도 뒷산의 생김새가 확실히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냐면 선암사 쪽에는 가파른 바위산이 배경이어서 오르는 등산로가 가파릅니다. 그리고 송광사 쪽에서 오르는 길은 그다지 가파른 길은 많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서 많은 사람이 송광사로 산을 올라 선암사로 내려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산을 올라가 본 사람들 가운데 한쪽으로 올라가서 굴목재라는 산장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말씨름을 할 수 있는 주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두 사람은 분명히 산을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가본 길 밖에 모르기 때문에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사과를 먹어 본 사람과 먹어보지 않고 말로만 듣고는 그 생각만 가지고 먹어 본 사람과 다투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과를 먹고 나서 사과에 진정으로 통달한 사람은 사과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 다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과의 참맛을 알았기 때문에 사과를 먹어보지도 못하고 그 맛을 논하는 사람을 그저 바라볼 뿐이지요. 마찬가지로 그 산을 진정으로 알고 정복한 마음이라면 산의 한 면이나 자신이 아는 만큼만 이야기하는 사람을 그냥 바라볼 뿐 다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다투었다는 것은 그 두 사람 모두 그 산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우리들의 주변을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서로 자신이 옳다고 우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이 만든 울타리에 가두고는 그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울타리를 자신이 만든 것인 줄도 모르고 그 안에 살고 있으면 가장 불쌍한 사람이지요. 울타리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 갈 때는 울타리라는 것은 그저 자신도 모르게 설정해 놓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속으면 안 됩니다.

우리 인간이 가장 존귀하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했지만 그 존귀한 이유를 바로 알아야 정말 존귀한 것이지 그냥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굳어져서는 존귀한 존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이해한 ‘인간이 존귀하다’라고 하는 의미는 인간은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창의력이 있어서 자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의 역할을 하면서 그 가운데 자아의 참모습을 개발하고 세상을 평등하고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인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많이 변화시켜 왔는데, 어떤 때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행복을 추구했고 어떤 때에는 욕망에 따라서 인간의 생활에 맞추어 편리하도록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조화를 이룰 때에는 세상을 이해하고 순응하면서 정신적인 면을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으며 세상을 인간의 욕망대로 바꾸어 온 것은 물질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겉모습을 중점으로 하고 자연이나 정신 건강을 뒷전으로 하여 왔습니다.

만약 사과 맛을 정확히 통달한 사람들처럼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우리에게 가득할 때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려면 우리는 항상 준비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무엇을 준비하냐면 세상의 진실이나 자신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정확히 아는 것이고, 우리가 연습해야 할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조바심 없이 스스로 진실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연습해야 합니다. 그런 준비와 연습이 안 되었다면 누구에겐가 자기 생각을 말 할 때 크나큰 잘못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먼저 세상의 돌아가는 이치를 정확히 알려고 노력하며 자신이 아는 울타리나 우물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널려있는 모든 것들을 두루 배워서 무엇이 참 진리인지를 알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준비와 연습이 됩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마음
자신이라는 감옥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모든 것을 마음속에 기꺼이 던져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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