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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사로 불린 청소부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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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0.30 15: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건설공사는 실외에서 이루어진다. 눈, 비, 바람, 더위, 추위 등 자연과 일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수많은 기능공이 일사불란하게 공정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건설 분야는 그야말로 산업의 종합세트라 할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가 함께한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건설 현장에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안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건설 현장에서도 여러 대형 안전사고가 있었고 ‘안전 불감증의 나라’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과거보다 작업 현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언제 어느 때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건설 현장은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안전관리는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여,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사람이 ‘안전관리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미국의 하인리히(H.W Heinrich)가 약 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발표한 사고 발생의 연쇄성(demino sequence) 이론에 따르면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88%)과 불안정한 상태(10%)가 사고에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98%)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이 근로자의 심리적 요인인 근로자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하여 불안전한 행동으로 이어져 사고가 발생한다는 데 주목하여야 한다.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 심리상담과 공사 관계자 감성 지도를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할 일이다.

근로자 심리상담과 관계자 감성 지도를 통해 의사소통 미흡‧부재로 인한 업무지시 전달 및 이해 부족, 불안정한 심리상태, 직무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업무효율 저하, 안전의식 부족에 따른 사고 발생 등을 해소해 건설 현장이 사람 중심의 건설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여러 해 동안 공직에 있으며 공사를 섭렵했다. 각종 공사 현장을 순회하다 보면 다양한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어느 현장은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에서 안전하게 공사를 추진하는가 하면, 또 다른 현장에서는 자재와 공구가 뒤섞여 정리되지 않은 채 공사를 하는 현장도 있다. 공사가 끝나고 준공검사를 하다 보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실이나 반자 속의 마무리가 허술하게 되어있음을 종종 보게 된다. 공사 현장의 마무리나 청소도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이 다름을 볼 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남이 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이끈 카리스마 넘치는 선구자이다. 그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배치를 보면서 여러 가지 지적을 하며 평가를 했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개발자가 “누가 PC 보드의 모양까지 신경 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지, 아무도 PC 보드를 꺼내 보지 않는다고요.” 하며 불쾌하다는 듯 쏘아붙였다. 이에 잡스는 “내가 봅니다. 비록 그것이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있다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응수했다.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는 않지 않는가. 인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삶에서 무슨 일이 주어질 때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일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근세 한국을 대표할만한 인물 가운데 도산 안창호 선생이 떠오른다. 개혁자이며 독립운동가인 그는 새로운 학문을 더 받아들여야 함을 절감하고 1902년 24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생활 중 학비와 활동비를 조달하기 위해 노동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있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어느 미국인 가정의 청소 일을 맡았는데 청소를 할 때 눈에 보이는 곳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청소도구를 만들어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집 주인이 감동하였다. 그 주인은 마치 자기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안창호에게 다가가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하고 물어볼 정도였다. 안창호가 집주인과 헤어질 때 집주인은 “당신은 청소부가 아니라 신사입니다.”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남들이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했던 안창호는 독립운동이라는 민족의 대사(大事)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세상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재능이 필요하다. 불타오르는 열정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성실’이다. ‘성실’을 무기로 삼는 사람들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자기의 뜻을 이루고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

고속 성장으로 치달으며 국가적 총체적 위기의 어려움에 부닥쳐 값비싼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어떤 일이든 눈가림 아닌 진실한 마음과 주인의식으로 성실을 무기 삼아 살아가야 하겠다. 차제에 이태원 할로윈데이에 젊은이들 10여만 명이 몰려 넘어지고 깔리면서 200여 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발생한 전대미문의 아비규환 대형 참사에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정부에서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귀한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의 참사를 거울삼아 교육하고 훈련하여 국민 안전을 생활화하는 안전사고 대비에 국가적으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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